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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만 보는 水防대책/변형섭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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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만 보는 水防대책/변형섭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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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또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닥친 수마에 가족을 잃고 보금자리를 빼앗긴 채 말할 수 없는 시름에 잠겨 있다.인구 1,000만이 넘는 거대도시 서울은 이번 호우에 맥없이 무너졌다. 한강의 주요 지천들이 몇 차례 범람했고, 간선도로와 주택가는 순식간에 물에 잠겨버렸다. 서울시민들은 332.8㎜의 폭우가 쏟아진 8일 하루 온종일 공포와 불안에 떨며 하늘만 쳐다봐야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는 「선진국」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후진국형」 피해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번 수해 역시 근시안적인 도시정비와 허술한 방재시스템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은다.

강우시 물을 빼내는 역할을 하는 하수관만 보더라도 우리가 얼마나 재해에 무방비한가를 알 수 있다. 서울시내 일반 하수관은 간선의 경우 시간당 74.3㎜, 지선은 62.2㎜ 등 각각 10년 빈도와 5년 빈도의 강우량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그러니 78년만에 처음이라는 이번 호우에 기능이 완전마비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전국 지하에 매설된 총연장 5만2,780㎞의 하수관은 시설자체가 낡고 오래된데다 시공잘못과 전화·전기관로 등의 침입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상태다.

똑같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지난 4일 290㎜의 호우가 내린 일본 니가타(新潟)현의 경우 사망자가 단 1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할 때 우리의 피해규모는 정말 부끄러운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모든 수해방지대책은 「100년 빈도」의 강우량에 대비해 시행된다. 학교운동장과 도시공원 등의 외곽에 30㎝높이의 턱을 설치해 유사시 빗물을 저장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빗물 흡수가 잘 안되는 주요 간선도로의 아스팔트를 침투성 자재로 교체할 정도로 그들은 재해대비에 빈틈이 없다. 「요행」만 바라는 방재대책으로는 대형재난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당국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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