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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홍수,문화 해적이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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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홍수,문화 해적이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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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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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에서 SW까지 돈만 되면 무엇이든 대량으로 무단복제/암시장통해 유통/‘정품’이 설자리 잃어/음반 1,000억원대 비디오물 750억원대가 세금 한푼 안내고 그들 주머니 속으로…불량식품이 맛있고, 나쁜 영화가 재미있다.

90년대 급격히 주목받게 된 대중문화의 수요­공급 교차점에는 무절제한 물량주의와 쾌락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세금은 포착될 수 없고, 철저한 점조직이다. 챙기고 달아나면 그만이다.

발매 전부터 화제가 무성했던 서태지의 신보를 출시 다음 날 단돈 2,000원에 살 수 있었다. CD 하나에 10개씩 불량 녹음테이프를 걸어 고속복사하니 음질은 떨어진다. 정품값의 2할 밖에 안되니 주머니 얇은 청소년들에게는 대단한 매력이다. 「골든중년 트롯트」「나훈아의 언플러그드 뽕짝」등 임의로 편집 제작한 왕년의 히트곡집에는 중년층이 모여든다.

불법복제품은 수지맞는 장사다. 종로 신촌 대학로 명동 강남역 영등포 등 청소년 밀집지역 어디든, 줄잡아 250여곳의 「길보드」 (길거리 빌보드) 리어카장사들이 진을 치고 있다. 제작(400원)­창고(700원)­중간도매(800원)­노점(1,500∼2,000원)으로 이어지는 조직의 최하부다. 창고책이 인적없는 곳에 물건을 쌓아 두고 10∼20개 중간도매상에게 전화연락하면 즉시 찾아가 물건을 챙기고 온라인으로 돈을 부친다. 그 날 밤 리어카상들에게 즉각 팔아치우는 식이다. 공장의 경우, 케이스 릴 스티커 테이프 제조가 각각 따로인데다 삐삐나 핸드폰만으로 연락해 완전 오리무중이다. 제작자가 음비법(음반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적발돼 10개월∼1년(최고 2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바지사장」이 대신 옥살이를 한다. 리어카당 2,000∼3,000개씩을 싣고 하루 10만∼30만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문화관광부 불법음반단속반 이성희 지도부장(55)은 보고 있다.

지난 해 음반과 비디오의 전체 시장규모는 4,160억원(음반), 3,000억원(비디오). 전체 음반의 30%, 비디오물의 25%가 무단복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음반으로는 1,000억원대, 비디오물로는 750억원이 문화해적의 주머니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올해 적발된 무단 복제비디오물 중 2,200건(전체의 4%)은 음란물이어서 부모의 신경이 곤두선다.

고삐 풀린 국내 불법복제(illegal copy)가 양산하는 모조품(counterfeit)경제학이다. 순수 자체 기술로 개발했는데도 일체의 권리를 포기해야 했던 「아래아한글」문제는 무단복제의 해악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준 사건이었다. 서적 복사에서 시작된 무단복제는 음반과 비디오를 거쳐 각종 소프트웨어(운영체계, 워드 프로세서, 게임등)로 번져가고 있다.

미국정부가 세계 각국에 대해 매기는 문화산업 평가지수 NTE(National Trade­barrier Estimate)에서 한국은 97년 이후 WL(주의국가:Watch List)등급이 됐다. PWL(우선감시국:Priority Watch List)등급에서 한 단계 올라간 것이다. 일본 그리스 이탈리아등이 우리와 같은 WL, 미국 영국 프랑스는 최상등급인 무등급. 무단복제자들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관례가 일반화한 나라다. 최악의 규제는 철제한 통제와 감시체제를 즉각 가동하는 PFC(Priority Foreign Country)등급. 일명 「문화 301조」다.

문화관광부는 7월에 「불법음반 추방하여 문화주권 보호하자」는 표어등 홍보물 4종을 제작, 전국 시·도에 보냈다. 또 10월에는 한국영상음반협회와 공동명의로 비디오상품의 홍보만화를 교체할 예정이다. 「불법음반과 비디오는 조악해 헤드의 마모가 심하다. 나아가 저작권 침해로 인한 민·형사상 문제를 야기함은 물론, 창작의욕까지 저하시킨다」는 내용이다. 「포르노는 호환(虎患)이나 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내용의 기존 홍보만화가 조악하고 음란하다는 비난을 의식한 때문만은 아니다. 불법복제를 범죄행위로 인식, 위반자는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선진국형 복제문화 규제패턴」이 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복제의 가장 큰 원인은 뒤처진 저작권 관리체제. 최종 소비자가 제품을 사는 즉시 원작자에게 대가가 지불되는 제도가 정착되면 중간상인들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 문화관광부는 가장 실효성있는 방안으로 「저작권 정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데이타 베이스 작업중이다. 각종 저작권 관련정보가 클릭 한 번에 최종소비자와 연결되는 체제다. 구체적 대응물로는 문화전자화폐(electronic cash)를 검토하고 있다. 저자와 소비자가 아무런 매개 없이 즉각 연결되는 「원 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 시스팀이다.

99년은 저작권사에서 굵은 획을 그을 해다. 우선 문화전자화폐가 시행된다. 사전조치로 신원에이전시 뿌리깊은나무등 114개 저작권 대리행사 중개업등의 저작권 위탁관리업이 시행되고 있다. 저작권법은 친고죄인 만큼 원작자들부터 법적으로 각성시키자는 소리도 커 간다.

문화관광부는 또 99년 저작권법 개정을 목표로 관련조직을 정비중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 요청한 예산은 12억원. 그러나 신규사업인데다 지금은 IMF난국이라 힘들다는 대답만 세 차례 계속돼 온 실정이다.

문화관광부가 운영중인 불법음반 및 비디오물 신고전화는 수신자 부담인 080­922­6615. 하루 평균 4∼5건씩의 전화가 걸려 오고 있다.<장병욱 기자>

◎레코드사 사장의 피해고백/에버그린미디어 김종덕 사장/“히트곡모음은 100% 복제품 레코드사 90% 적자 시달려”

불법음반 유통의 최대 피해자는 레코드제작사. 현재 90%의 회사가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부도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중소레코드 제작사인 에버그린미디어 김종덕 사장(46·한국음반복제협동조합 이사장)으로부터 피해실태를 들어보았다.

­시중에 유통되는 음반중 불법음반은 얼마나 되나.

『50% 이상이다. 여러 가수의 히트곡을 모은 편집 음반은 100% 불법이라고 보면 된다. 리어카뿐만 아니라 일반 레코드점에 진열된 음반도 100% 이상이 진짜와 거의 똑같은 가짜들이다.』

­레코드 제작사들의 피해정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12년간 회사를 운영해왔는데 한번도 재미를 본 적이 없다. 굴지의 레코드업체인 J레코드가 5개월치 월급을 못줬고 이 회사 회장은 집을 팔아 회사에 털어넣었다. A레코드 역시 3개월째 월급을 못주고 있다. 일부 가수들은 시중에서 자신의 음반이 많이 팔리는데 제작사에서 로열티를 속이고 적게 준다며 국세청에 투서를 제출,업계를 궁지에 몰고 있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인쇄물이 섬세하지 못하지만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원제작자도 구별하기 힘들 정도다. 정품 발매와 거의 동시에 복제음반이 나와 전국 시장에 진열되고 있다. 제작한 음반 수 보다 더 많은 양이 본사로 반품된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정품과 똑같다는 뜻이다.』

­불법음반 전문 판매상들은 얼마나 있나.

『10여개 길보드를 운영하는 「오너」들이 서울에만 40∼50명 있다. 한달에 수천만원씩 순익을 올리며 보통 폭력조직과 연계돼 있다.』

­정품가격이 너무 비싸 음질면에서 뒤지지 않는 복제음반이 많이 팔린다는데.

『불법음반이 근절되면 레코드사 경영이 나아져 가격도 내려갈 것이다』

­근절을 위한 대안이 있다면.

『대만의 경우 불법 복제자를 6개월이상 5년이하의 실형에 처하도록 법개정을 한뒤 불법복제물이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기껏해야 몇백만원 벌금형이 고작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협동조합이 결성돼 바코드부착,물량전산화,공동 생산­구매­관리를 통한 유통체계 정비 등을 추진중이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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