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휴대폰 에티켓/김수종 논설위원(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휴대폰 에티켓/김수종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8.10 00:00
0 0

며칠전 지하철에서 한 중년여성이 휴대폰을 꺼내더니 바쁠 것 없는 전화를 수도 없이 이곳저곳 걸어댔다. 그러자 옆에 앉은 젊은이가 휴대폰을 꺼내 『나 지금 지하철에 있는데…』라고 잡담을 시작했고, 그 옆에 앉은 다른 젊은이의 주머니에서는 「삐리리」라고 울려댔다. 작년 세계적 지휘자 주빈메타가 지휘하는 교향악단의 하프협연중 갑자기 휴대폰 신호음이 가냘픈 하프음을 압도하자 당황한 여자 청중이 휴대폰이 든 가방 지퍼를 열지못해 허둥대는 소란을 본 적이 있다.경우는 좀 다르지만, 최근 국회의장을 뽑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장석에 앉은 황낙주 임시의장이 야당총무와 무선전화기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휴대폰회사 사장이라면 이 장면을 광고에 이용할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휴대폰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세상 변하는 속도가 실감난다. 한국통신에 따르면 현재 휴대폰 가입자는 1,070만명. 작년 연말 676만대였다니 8개월 남짓한 기간에 거의 10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1인1대의 시대도 멀지 않다. 몇만원짜리 휴대폰 덕택에, 몇십억원을 주고 사온 대잠함기가 놓친 북한 잠수함도 잡을 수 있었고, 지리산에 야영간 자녀의 안부도 물어볼 수 있으니 정말 편리하다. 이제 금강산 관광길이 열리면 현장에서 만물상 경치를 가족들에게 묘사할 수도 있게 됐다. 게다가 세계는 통신산업 전쟁상태여서 휴대폰을 많이 사줄수록 우리나라 정보통신관련 기업이 세계 경쟁에서 힘을 얻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공공장소 특히 공연장같은 곳에서 휴대폰을 켜놓고 있는 것은 상식이하의 태도다. 강의도중 학생들의 휴대폰이 울리는 일이 많아 화가 난다고 말하는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불필요한 통화를 하는 것도 주변사람의 신경을 건드린다. 택시운전사가 휴대폰으로 장황하게 통화할 때는 아찔해진다. 휴대폰은 늘어나는데 휴대폰 에티켓은 없다. 이동통신회사들은 휴대폰 판매에만 열을 올릴게 아니라 에티켓 확립을 위해서도 앞장서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