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의 재난을 겪고 있는 지금처럼 사회안전망 구축문제가 절실한 때도 없다. 대량실업으로 사회가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차에 몇십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수도권 지역을 강타함으로써, 우리는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손실 등 말하기 힘들 정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재해를 이기기 위해 국민의 온정이 담긴 구호활동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재해와 경제난속에서도 사회가 유지되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안전망을 점검하고 취약한 부분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수재민 구호도 이제는 사회단체와 민간의 온정에 의존하던 시기가 지나고 있는 것 같다. IMF 체제에 들어선 올해는 성금 의료품 생활용품 등이 예년과는 비교가 안되는 수준으로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수재와 관련해 볼 때 웬만한 나라에는 몇대씩 있는 일기예보용 슈퍼 컴퓨터가 한 대도 없었던 점도 엄청난 재해로 돌아온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재난에 대비하고 투자하는 자세가 부족했던 탓이다. 보건복지부가 수해지역 의료보험적용 가구에 대해 50%까지 보험료 감면혜택을 주기로 했고, 교육부도 이재민 중고생 자녀들에게 2학기 수업료와 육성회비를 전액면제해 주기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이다. 또한 정부와 서울시가 대졸 미취업자들에게 정보화사업 부문에서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등 배려하고 있는 점도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장기간의 경제난이 예상되는 지금 일시적 정책보다는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사회안전망이 하루 속히 튼튼하게 구축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난 30년간의 고도성장과 저실업의 구조 아래서 사회복지에 소홀했던 결과가 이제 경제난 속에 큰 사회적 문제와 부담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일시적 구난(救難)도 소홀히 할 수 없으나 우리의 사회안전망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생계보장이다. 현재 다른 소득이 없는 실업자의 경우 7개월이 지나면 실업급여까지 끊겨 살아갈 길이 막막해진다.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되어도 월 13만원 가량의 생계보조비로 생활해야 하고, 국민연금제도 역시 2010년이 되어야 노후연금이 지급된다.
우리의 복지 수준은 선진국에 비교할 수도 없이 열악한데 실업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고, 실업자의 증가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적 불안을 가져오게 된다. 정부는 IMF 체제를 맞아 사회안전망 구축에 10조원대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산 규모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실업자 저소득층 이재민 등이 복지혜택과 사회안전망의 존재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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