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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오 연기’ 웃음이 毒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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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오 연기’ 웃음이 毒될수 있다

입력
1998.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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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엑스트라’ ‘기막힌…’ 등 인기스타들 반짝출연 잇달아/풍자·고발없는 공허한 재미추구/사실성 못살릴땐 작품 망칠수도한국영화에 카메오(Cameo)연기가 많아졌다.

8일 개봉하는 신승수감독의 「엑스트라」에는 10여명의 카메오가 줄줄이 등장한다. 단역 배우인 박봉수(임창정)와 김왕기(나한일)가 우연히 맡은 검사 역을 진짜인 줄 알고 사람들이 속는 것에 착안, 사회비리 속에 파고들어 끝없는 사기행각을 그린 영화는 에피소드마다 카메오를 이용했다.

정지영 감독은 검객영화를 촬영하는 감독이다. MC 임성훈은 병원 원무과장이고 이상벽은 「박카스 CF」를 패러디한 장면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얼굴을 비친다. 김인문은 비리교통경찰, 이병헌은 액션영화의 주연으로 카메오연기를 했다. 신승수 감독 자신도 배우에게 성폭행 연기를 지도하러 잠깐 나온다.

마치 여러 개의 콩트를 보듯 재미가 적지 않다. 임창정의 부산스런 코미디를 생동감있게 만들고, 나한일의 민첩하지 못한 반응까지 받쳐준다. 그러나 그 너그러움과 웃음이 영화 전체를 덮을 수는 없다. 유흥업소 경찰 언론 종교인 대학교수 재벌 정치인 고위공무원 할 것 없이 우리사회의 모든 곳에 숨어 있는 부패를 까뒤집으면서도 현실감보다는 과장과 비약으로 치달은 「엑스트라」. 카메오연기가 오직 웃음 자체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웃음 뒤로 풍자와 고발은 공허하게 흘러간다. 그것은 다양한 인물들이 나왔지만 단지 재미만을 위해 실제 이미지와 다른 역을 맡아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태균 감독이 촬영중인 로맨틱 코미디 「키스할까요」에도 20여명이 카메오연기를 한다. 탤런트 전원주가 여주인공인 송연화(최지우)의 이모, 개그맨 김진수는 비디오가게 주인, 배우 진재영은 영화속의 영화주인공, 변우민은 연예인 매니저로 나온다. 이 영화 역시 소재가 남녀 연예잡지 기자의 사랑을 다루고 있어 현실감을 주는 여러 스타의 등장이 필요하다. 안재욱과 최지우가 따뜻한 로맨스에 중심을 둔다면 이들은 코미디를 맡았다.

어설픈 도둑, 베테랑형사, 자살중독자, 불운한 죄수등 별난 인생들이 펼치는 코미디 「기막힌 사내들」(감독 장진)에는 개그맨 홍록기, 연극인 정규수 유태균씨 등이 깜짝 출연한다.

카메오연기는 「잘 쓰면 약이지만 못쓰면 독(毒)」이다. 구성상 다양한 직업이 실제인물로 나와야 할 경우이거나, 한 장면이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될 때는 영화의 맛을 살리는 촉매제가 된다. 그러나 화제와 웃음만을 위해 단역을 스타로 바꾸면 영화 전체가 흐트러진다. 카메오의 성패는 작품에 얼마나 활력을 주느냐, 얼굴 보이기가 아닌 진정한 단역배우로서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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