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속한 빅딜” 압력에 재계 “月內” 약속빅딜(사업 맞교환)을 포함한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한다.
5대 그룹은 7일 구조조정의 조속한 결실을 독촉해온 정부의 전방위 압력에 밀려 이달말까지 자율적인 빅딜 청사진을 마련키로 했다.
이날 이규성(李揆成) 재정경제부 장관 등 경제팀과 김우중(金宇中) 전경련 회장대행 등 5대 그룹총수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2차 민관정책간담회의 성과는 5대 재벌이 8월말까지 정부가 선정한 10대 중복과잉업종에 대한 자율조정 프로그램을 마련키로 「약속」한 점이다.
이는 바꿔말하면 구조조정의 시한을 못박은 것으로, 재벌의 구조조정을 더이상 재벌의 자율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반도체 항공 액정화면(LCD) 철강 유화 조선 발전설비 시멘트 철도차량 등 10대 중복업종에 대한 사업교환과 통폐합, 퇴출이 빠른 시일안에 가시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이처럼 5대 그룹의 「약속」을 받아낸 것은 「당근」과 「채찍」이라는 양면전략을 동시에 구사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재계가 실질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구조조정에 필요한 부채탕감, 대출금의 출자전환, 총액대출한도 예외인정 등을 수용할 방침임을 확실히 했다.
그러나 재벌들이 지금처럼 시늉만 낼 때에는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5대 그룹의 기업어음(CP) 발행규모를 은행신탁계정 및 투신사 자산의 5%로 제한했고, 상호지보해소 등을 위한 중간목표를 설정토록 했다.
하지만 그동안 시간을 달라며 구조조정을 주저해온 재벌들이 자율조정 시한을 정한 것은 무엇보다 이날 간담회에서 중복과잉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됐기 때문이다.
이규성 재경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가 시작하자마자 『5대 재벌의 구조조정이 기대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같은 불만은 물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5대 재벌은 80년 당시 중화학산업에 대한 투자조정이 많은 비용만 들인채 실패로 끝난 점 등을 들어 정부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우중 회장대행이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은 정부와의 합의대로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큰 방향을 제시해 주고, 빅딜촉진을 위한 여건조성에 힘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때문에 재계의 자율안이 공개될 8월말 이후 정부와 재계간 빅딜속도 등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번 간담회는 당초 비밀유지가 쉬운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의 영빈관인 승지원(서울 한남동 소재)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언론에 노출되는 바람에 전경련회관으로 전격교체됐다. 수조원의 돈과 사업이 오가는 빅딜게임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 협상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이의춘 기자>이의춘>
◎民官정책간담회 합의문
1.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경제개혁중 기업구조조정과 관련, 구조조정의 제도적 환경조성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으며 금융기관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역량의 배양을 위한 기업구조조정은 지연되고 있으므로 2차 간담회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가속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2.기업 구조조정은 특히 5대 그룹이 중심이 돼 추진돼야 할 과제로, 이를 위해서는 주요 산업의 경쟁력 현황과 전망에 대한 치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3.2차 간담회에서는 산업자원부가 마련한 토의자료를 토대로 주요 산업분야에 대한 생산설비 가동률 상황, 기업수익 악화와 부채상황 등을 점검했으며 이들 산업분야에 대한 세계시장의 동향에 대해서도 토의했다.
4.오늘 논의를 토대로 전경련에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적자누적으로 부채가 과다한 기업, 수출경쟁력 약화 기업에 대한 업계간 자율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8월말이전에 정부와 다시 회의를 갖기로 했다.
5.정부는 재계의 자율적 구조조정 노력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재계가 구조조정 관련 지원사항을 요청할 경우 이를 성의있게 검토, 추진함과 아울러 기술집약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기술 인력 등 기반조성 노력도 가일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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