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경선에 지고 나서 한나라당에는 「사쿠라론」이 만발했다. 10여명 이상의 이탈자를 변절자로 몰며 『차라리 당을 떠나라』는 요구가 높았다. 일본의 나라꽃인 사쿠라는 아름다운 꽃이지만, 박정희(朴正熙)시대 여당에 협력하는 야당인사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인후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이라는 말과 함께 유행어가 됐다. 이후 우리 정치에서는 걸핏하면 사쿠라 논쟁이 튀어 나오곤 했다.■3공 당시 여당이 야당의 강경투쟁을 다루는 수법중 하나는 돈이었다. 철저한 정경유착으로 정치자금줄을 틀어쥔 여당은 거액의 자금을 대주고 야당의 내부협력자들을 포섭했다. 때로는 중앙정보부가 직접 나서기도 했다. 야당지도자들은 청와대만 다녀오면 사쿠라논쟁에 휘말리곤 했다. 유진산(柳珍山)씨나 김영삼(金泳三)씨 등이 모두 박대통령과 단독회담을 가진 후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반드시 공작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여당이 야당에 돈을 주는 일은 5, 6공까지도 정치세계의 관례였다. 명절때가 되면 청와대에서 야당인사들에게 촌지가 전달되고, 여당의 원내총무는 야당총무들에게 뒷돈을 지원하며 국회를 끌고 갈 줄 알아야 했다. 야당의원들은 별 부담없이 이런 돈을 받아 썼다. 지난 95년 김대중(金大中) 당시 국민회의 총재도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20억원때문에 여권과 대선자금공방을 벌여야 했다.
■청와대 총무수석을 지낸 홍인길(洪仁吉)씨가 한보비리사건으로 다시 검찰에 소환되자 한보로부터 받은 10억원을 현 여권인사들에게도 나눠주었으며 이들 20명의 리스트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민정부시대에도 여야간 「돈 나눠쓰기」가 없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홍씨의 의도는 혼자만 당하지 않겠다는 물귀신작전이라고들 하지만, 여권인사들이 거명된 「경성리스트」가 나오자 느닷없이 등장한 일이라 앞뒤가 어수선하기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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