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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투표와 수의 미몽/이유식 정치부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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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투표와 수의 미몽/이유식 정치부차장(앞과 뒤)

입력
1998.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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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나라당 의원들은 얼굴을 마주치면 서로가 겸연쩍다. 적게는 12∼13명, 많게는 20명선으로 추측되는 「배신자 그룹」의 용의선상에서 누구도 자유로울수 없는 까닭이다. 더구나 반란혐의를 받아왔던 의원들이 저마다 결백을 주장하고 나서자, 멀쩡한 사람들마저 행여 자신이 「위장취업자」 또는 「침몰하는 배에서 뛰어내린 쥐새끼」로 지목될까봐 속이 편치못하다.상황이 이렇자, 적잖은 의원들은 이제 『당지도부가 괜히 국회의장 자유경선 카드를 던져 자승자박한 꼴이 됐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과반수가 넘는 다수당의 프리미엄을 너무 빨리 포기하는 전술적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한나라당이 자유경선 카드로 인해 잃은 것은 별로 없다. 우선 의원직 사퇴결의라는 「촌스런」배수진까지 쳤는데도 소속의원의 10%가 이탈했다면, 애당초 국회의장은 한나라당과 인연이 없는 자리였던 셈이다.

또 일각에선 다수당의 위력으로 여당을 몰아붙여 의장을 「쟁취」했어야했다고 강변하지만 다수당의 힘을 합법적으로 관철해내는 방법이 곧 자유투표인 이상 그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자유투표에 부칠 자신과 의지와 능력도 없으면서 과반수 운운하는 것은 「수의 미몽(迷夢)」에 사로잡혀 현실을 피해가겠다는 또다른 위장일 뿐이다.

이런 취지에서 보면 『파출소장 하나라도 제대로 잡아 본때를 보여줘야 겁을 먹지, 툭하면 실효성도 없는 장관 해임안을 남발하며 시비만 거니 누가 다수당 대접을 해주겠느냐』는 한 당직자의 푸념도 재차 새길 때가 됐다. 또 1일 의원총회에서 이미경(李美卿) 의원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일도 아니고, 단지 반란표를 의식해서 의원직 사퇴결의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 것도 흘려들을 내용이 아니다.

그동안 가누지도 못할 군살을 덕지덕지 붙이고 허세만 부려온 한나라당에게 국회의장 선거패배는 조금만 멀리보면 분명히 「쓴약」이다. 그리고 떳떳하지 못한 익명의 반란표들은 차제에 떠나는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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