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필자는 20개 마을에 800여명의 대학생들이 일하는 농촌봉사활동 현장에서 함께 지내며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다. 시골의 공기와 풍치는 단번에 기분 전환을 해주기에 족했다. 주민들의 순박한 인심도 농촌의 매력이었다.갑자기 달라진 생활환경으로 봉사단원들이 겪은 고충은 적지않았다. 무엇보다 일손이 서툴렀다. 팔다리와 얼굴은 풀독과 모기에 시달려 상처투성이가 됐다. 장마철을 맞아 재래식 화장실이 넘쳐흘러 볼 일을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이런 여건 아래서도 봉사단원들은 TV도 보지않고 전화도 걸지않는다는 엄격한 생활규칙을 정해두고 실천해 나갔다. 학생들은 비지땀을 흘리고 비를 맞으면서 배정된 작업을 해냈고 저녁에는 마을 어린이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논밭매기도 중요한 농촌 봉사활동중 하나였다. 그런데 금년에는 밭매기가 전례없이 슬픈 일이 됐다. 수천 평의 밭에서 다 자란 무를 뽑아내 그 자리에서 버렸기 때문이다. 무 배추값이 폭락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게 된 농민들이 이에 대한 항의표시로 도심지 아파트단지를 찾아가 주부들에게 배추를 무료로 나누어 주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런 일이 생겼을 것이라고 본다.
농정당국은 농산물가격 안정기금을 마련해 과잉농산물을 산지에서 수매하거나 사회복지기관에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필자가 목격한 현장에서는 무를 다 뽑아 폐기하고 있었다. 이런 일을 해야 하는 봉사단원들은 당황했고 농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농촌봉사활동은 사회복지측면뿐아니라 교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노동과 농업의 소중함을 현지에서 체험하는 산학습이다. 그러나 애써 키운 농산물을 폐기처분하는 것을 보면서 혹시 학생들이 농업에 대한 환멸을 느끼지나 않을까 걱정이 됐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제대로 된 농촌진흥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농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정책을 내놓을 수는 없을까. 늦어도 내년 여름 농촌 봉사활동까지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나왔으면 한다.<영어교육과>영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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