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의 진로에 핵심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국제경제 여건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엔화가치는 오부치 내각 출범이후에도 제동이 안걸린 채 계속 떨어지고 있고, 그동안 버텨주던 중국 위안(元)화의 평가절하 가능성도 단순한 우려의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장기호황을 누리며 올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의 16%를 차지했던 미국의 경기마저 마침내 후퇴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뉴욕을 비롯한 세계증시의 최근 동반폭락 현상은 미국경제 둔화가 가져올 세계경제 파급영향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다.이들 세계경제 불안징후의 동시 표출은 특히 외환위기 극복과 경제의 구조조정과정에 있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수출경쟁력에 타격이 오고, 외환수급에도 심각한 불안요인이 된다. 일본의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엔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위안화마저 평가절하된다면 이는 바로 아시아 각국의 환율인하 전쟁을 유발하고 마침내는 미국의 수입규제 등 보호무역까지 자극하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
엔 약세가 조만간 반전될 조짐은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새 내각도 적극적인 저지 의사보다는 시장에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소극적 자세다. 이렇게되면 위안절하도 기정사실로 볼 수 밖에 없다. 엔이 속락하면 위안절하도 불가피하다는 뜻을 중국측이 여러 차례 밝혀 왔을뿐만 아니라 양쯔강 홍수피해에다 그동안 부진했던 수출이 미국의 경기후퇴로 타격이 가중될 경우 위안화 절하란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 공멸(共滅)의 사태를 막기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일본이 제 역할을 다 해주는 것이 선결과제다. 우리로서도 불안징후의 세계경제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예상되는 사태에 대비하는 체제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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