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자치까진 아직 험난「비극의 땅」 동티모르에 평화의 전기(轉機)가 마련됐다.
동티모르를 강점 중인 인도네시아와 이 지역의 과거 식민종주국인 포르투갈은 5일 동티모르 자치원칙에 합의,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적 다자협상을 연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알리 알라타스 인도네시아 외무장관과 자이메 가마 포르투갈 외무장관은 이날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중재로 뉴욕에서 이틀간 열린 비공개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발표하고, 다자협상에서 자치의 수준과 범위 등을 집중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인도네시아측은 이번 회담에서 동티모르 독립운동세력을 다자협상에 참여토록 하는 한편 지역 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 등 관련 정치범 석방을 비롯한 신뢰구축조치도 추진키로 하는 중요한 양보카드를 제시했다. 대신 포르투갈은 75년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강제병합후 제기했던 동티모르 자결권 주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그러나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라는 아난 총장의 말처럼 다자협상의 앞길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 자치 분위기가 여타 지역의 독립운동으로 확대, 국가체제의 존립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인도네시아측은 향후 자치의 범위에서 외교와 국방, 일부 통화정책을 배제함으로써 「정치적 자치」까지는 허용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포르투갈측과 동티모르 독립세력들은 「자치」를 독립에 가까운 수준까지 보장받겠다는 계산이다. 결국 협상은 길고 힘겨운 줄다리기가 될 전망이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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