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주가 폭락사태는 美 경제 구조적 한계 반영 우리 수출환경 재점검을”미국 경제는 92년이후 7년째 인플레없는 고성장을 계속해왔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기존의 경제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같은 미국경제의 장기호황에 신경제(New Economy)라는 새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고성장·저물가가 특징인 신경제의 요인은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은 80년대 후반부터 정보통신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분야의 투자를 늘렸다. 이는 경제의 총공급곡선을 우하향시켜 높은 성장과 동시에 저물가를 가능하게 했다. 정보화 혁신과 함께 거시경제변수와 주가간의 선순환(virtuous cycle)이 미국경제를 장기호황으로 이끄는 요인이었다. 정보화 투자증가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기업의 수익이 증대했고 이는 주가상승을 초래했다.
주가상승은 다시 기업의 투자와 가계 소비지출을 증대시켰다. 여기에 달러화 강세와 아시아로부터 저가수입도 미국 물가안정에 기여했다. 95년 4월이후 미 달러화 가치는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 각각 43%와 24%씩 올랐다.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저가수출은 경제의 과잉공급 능력을 해소하고 있다. 이래서 「아시아 국가들의 불행은 미국에게 행복」이라는 말조차 나오고 있다.
「이대로 영원히」갈 것같던 미국 신경제에 갑자기 적신호가 울렸다. 최근 계속 불안한 움직임을 보여온 뉴욕증시는 4일 무려 299.43포인트가 폭락해 버렸다. 이는 지난해 3월이후 최저수준이자 사상 세번째 하락폭이다. 이 여파로 유럽 일본 아시아등 전세계 증시가 동반폭락해 세계경제가 공황에 들어서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일고 있다.
미 증시의 대폭락은 미국정부 분석대로 「일시적 숨고르기」인가, 아니면 「신경제의 마감」인가. 아직 그 판정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신경제가 근래들어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선 임금상승으로 인플레 압력이 높은 상태이다. 또한 아시아 국가의 수입감소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락, 원자재 수출국들이 경제위기를 겪고있다. 이는 결국 미국제품의 수요감소로 나타나 무역수지 적자를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
또 주가등 자산 가격의 거품이 소멸되고있다. 미국주가(다우존스 기준)는 90년부터 최근까지 3배나 올랐고 주당순이익대비 주가(PER)가 30배에 근접해 87년 블랙먼데이(23배)때보다 훨씬 높다. 특히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반도체 업종 주가는 11배이상 올랐다. 아마존(Amazon.com)같은 일부 인터넷 관련 주가는 그 이상으로 폭등했다. 증시분야만 국한한다면 이번 주가폭락은 버블은 언젠가는 소멸한다는 증시의 교훈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당연한 귀결로 보아야 한다.
문제는 주가가 지금처럼 급락한다면 미국경제가 디플레이션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소비가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상승하면 저축률은 떨어진다. 최근 미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중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4%로 사상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경제는 설비투자 증대로 공급능력을 충분히 확충했는데 소비가 위축되면 수요부족이 심각해 질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주가상승→기업수익증가→가계소비증가→기업매출증가→주가추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선(善)순환은 일순간에 주가폭락→기업수익하락→가계소비감소→수요위축→기업매출감소→주가 추가폭락의 악(惡)순환으로 바뀌고 미국경제가 불황국면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미국은 단일 국가로는 우리 최대 수출국이다. 만약 미국경제가 침체된다면 우리 수출환경도 나빠질 것이고 경제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요원해 질 것이다. 미국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경제학>대신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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