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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규제사슬’/이영섭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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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규제사슬’/이영섭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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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17개 부처의 초라한 규제정비 성적표가 발표되자 당황할 것으로 보였던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조정관실 직원들은 오히려 앓던 이가 빠졌다는 듯 속시원한 표정이었다. 정비목표의 10%도 채우지 못한 부처가 7곳이나 됐지만 실상이 제때에 공개된 것이 결과적으로는 약이 된다는 판단인 듯했다.『공사장 시설물의 안전관리는 건교부가, 공사장 인부 안전관리는 노동부가 담당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려 하자 모 부처는 산하 이익단체를 통해 압력을 넣더군요』 국무조정실 직원들은 규제업무를 움켜쥐려는 부처이기주의를 규제개혁의 최대 걸림돌로 꼽고 있다.

「규제=행정력=밥그릇」이라는 공식이 일선 공무원들의 뇌리에서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지난달 행정자치부가 국무조정실에 올린 소방업무 규제정비안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국민이 공무원에게 「봉투」를 건네지 않아도 소방점검을 받을 수 있도록 소방시설 기준을 간소화하고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것이 핵심인데도 행자부는 이를 교묘히 비켜갔다. 행자부안은 청원소방원 신분증 휴대의무 폐지, 청원소방원 제복착용 의무폐지 등 있어도 그만인 규제들의 철폐로 채워져 있었다.

결국 국무조정실은 지난주 행자부에 보완을 요구했다. 국무조정실의 관계자는 『법령으로 정해진 소방기준을 「고시」 등으로 전환해야 비리가 없어지고 소방기술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상식인데도 이를 무시한채 지엽적인 규제완화로 건수를 채워보겠다는 의도가 눈에 훤히 보였다』고 씁쓰레 했다.

일선공무원의 의식개혁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올 연말까지 총규제의 50%를 솎아내라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지시가 무색해진 지금 규제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보다는 엄격한 신상필벌이 더욱 절실하다. 그래서 이번 성적표는 반드시 장관인사에 반영되어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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