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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홍수­서울·강화 피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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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홍수­서울·강화 피해 현장

입력
1998.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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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만조사리 겹쳐 순식간에 잠겨/서울­중랑천변 집집마다 흙탕물로 뒤범벅.지하철 7호선 재개통돼도 아슬아슬/강화­물 차올라 1시간도 안돼서 천장까지▷서울◁

6일 쏟아진 폭우로 중랑천변 동북부지역은 오전 내내 고립되고 말았다. 도심을 연결하는 동부간선도로가 6일 오전 5시를 넘어서면서 전면 통제되고 지하철 7호선마저 침수로 운행이 중단되자 북동부 주민들은 출근을 아예 포기했으며 강수추이를 보며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중랑천변의 중랑 노원 도봉구 등 이지역 저지대 주민 4,000여명은 미처 잠도 깨기 전에 집안으로 마구 밀려들어오는 수마(水摩)를 피해 학교 등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그나마 침수피해가 작은 지역의 주민들도 전기와 전화는 물론 도시가스까지 끊겨 비가 그치기만을 기원하며 식사도 거른 채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이날 오전 6시께 동대문구 장안동 장안중학교로 긴급 대피한 중랑구 중화동 주민 500여명은 반바지, 티셔츠 차림이 대부분이었고 아이들은 잠옷 바람으로 뛰쳐 나와 갑작스럽게 닥친 수해에 한동안 말을 잊기도 했다.

주민 한철(韓哲·33·노원구 공릉1동)씨는 『동부간선도로가 침수돼 동일로를 통해 출근하려 했으나 이마저 침수돼 3시간동안 도로에 갇혀있어야 했다』며 『힘겹게 집으로 되돌아온 후에도 밤늦게까지 주택 지하에 들어온 하수구 물을 퍼냈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닥친 물벼락을 피해 인근 학교 등으로 대피했던 저지대 지역 주민들은 오후 들어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자 집으로 돌아왔지만 흙탕물로 뒤범벅이 된 가재도구를 보고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주택가마다 주민들이 꺼내놓은 가재도구들이 흙탕물 위로 둥둥 떠다녀 폐허가 된 수중도시를 연상시켰다.

게다가 이틈을 노려 양수기 업자들이 물을 빼주는 대가로 10만∼50만원을 요구하는 등 얌체상혼이 판치자 주민들은 행정당국의 늑장출동에 분통을 터뜨렸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노원구 공릉3동 윤기준(尹基駿·51)씨는 『지하창고의 식료품 모두를 버리게 됐다』며 『제때 양수기조차 지원하지 않는 구청에 독촉전화를 했지만 기다리란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당에 어지럽게 널린 책과 옷가지를 정리하고 장롱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 등 마음을 가다듬고 재기의 손길을 바쁘게 움직였다. 노원구 공릉3동 박무열(朴珷烈·64)씨는 『지하방에는 죽은 물고기들이 떠다니고 가재도구 중 온전한 게 하나도 없었다』며 『하지만 수장될 뻔했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는데 어떻게든 이겨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산사태로 3명이 숨진 북한산 우이공원내 음식점 영화가든 주변 계곡은 밤늦도록 실종자 수색과 복구작업에 부산했다. 이날 오전 산사태로 아수라장이 된 계곡내 유원지의 폭 5m 진입로는 산꼭대기에서 휩쓸려 내려온 토사와 바위 등으로 메워져 걸어가기도 힘들 정도였다. 공원입구 광장에는 음식점의 밥그릇, 냉장고 등 가재도구들이 뒤엉켜 쌓여 있었고 유원지 입구에는 음식점의 간판이 흉물스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50여 음식점 가운데 20여개는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지하철 7호선은 5월초 환승역 물막이 공사 부실로 침수된 이후 불과 3개월여만에 또다시 무방비로 침수돼 운행이 중단되고 말았다. 직원 100여명은 지하 2,3,4층이 역사 환풍구를 통해 유입된 빗물에 잠기기 시작하자 지하 1층 사무실에서 컴퓨터와 각종 사무집기를 꺼내고 양수기로 물을 퍼내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7호선의 운행중단 공고를 보고 발길을 돌린 시민들은 『엄청난 세금을 들여 건설한 지하철이 비만 오면 멈춰버려 시민의 발이 아니라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7호선 수락산­건대입구역은 이날 오후 4시께부터 정상운행됐으나 빗물이 유입됐던 지상 환기구가 움푹 꺼진채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등 아직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한편 이날 국철 의정부­성북은 불통 8시간 만인 오후 3시께부터 20∼30분 간격으로 운행을 재개했고 경원선은 이날 낮 12시께 완전개통됐다.<이동준·이주훈 기자>

▷강화◁

인천 강화군은 새벽부터 쏟아 붓는 빗물에 만조사리의 바닷물까지 겹쳐 순식간에 대부분이 황톳물에 잠겨버리고 말았다. 가장 피해가 심한 곳은 중심지역인 강화읍 신문·관청리 일대. 어디부터 바다고 어디부터 뭍인지 분간조차 힘들었으나 오전 10시께부터 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주택·상가 등 200여 가구는 물과 진흙으로 범벅이 됐고 허리춤까지 차오른 마을일대는 쓰레기와 가전제품이 둥둥 떠다녀 악취가 진동했다. 주민들은 비가 멎자 집안에 차있는 물을 양수기와 바가지 등으로 빼내느라 여념이 없었으나 가옥이 완전히 물에 잠긴 사람들은 하늘만 바라보며 넋이 나간듯 한숨만 쉬었다.

이날 새벽 5시께 가옥붕괴사고가 발생한 신문리 공옥자(65·여)씨 집 주변은 무너진 가옥더미로 접근하기조차 힘들었고 인근 공터에는 물살에 떠내려온 승용차가 흙더미에 깔려 찌그러진채 방치돼 있었다.

집주변마다 파손된 TV와 이불 등 가재도구와 가전제품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언덕길에 세워 놓은 일부 승용차는 물살에 떠밀려 전봇대 또는 집담장에 부딪쳐 휴지조각처럼 버려져 있어 폐허를 방불케 했다.

식료품가게에서조차 라면 우유 빵 등 비상식량이 동이나 돈을 주고도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웠으며 일부지역은 전화가 불통돼 외부와의 연락마저 차단됐다.

불온면 삼성리 주민 김길자(金吉子·43·여)씨는 『가족들과 TV를 시청하다 잠이 들었으나 밤에 갑자기 집안으로 물이 차올라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며 『1시간도 안돼 물이 천장까지 차 올랐다』고 말했다. 주민 박재상(38·회사원)씨는 『생전 이렇게 많은 비는 처음』이라며 『전쟁이 나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선원면 창리와 관청리 일대 1㎞ 가량의 진입로와 마을 도로는 논에서 넘친 빗물로 완전히 잠겨버렸으며 그나마 물위로 드러나 일부 구간은 거북 등처럼 곳곳이 갈라졌다. 강화와 김포를 잇는 48번 국도가 오후 1시께 차량통행이 재개됐으나 농경지 대부분은 물이 더디게 빠져 농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폐허속에서 주민들은 양동이와 바가지로 물을 퍼내며 힘겨운 밤을 지새웠다.<강화=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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