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산업기반 맞는 분야 집중육성/순수기초학문 약화문제 해결해야서울대 개혁안 발표는 대학이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국내 최고의 학부를 자임해온 서울대가 학부보다는 대학원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이제 대학들은 경쟁력 확보라는 사활을 건 전장(戰場)에 나가게 된 셈』이라는 말로 의미를 대신했다.
앞으로의 대학 경쟁은 얼마나 특성화를 잘 하느냐에 판도가 결정된다.
백화점식 학부에서 벌이는 「도토리 키재기식」 교육에서 탈피해 지역적 여건이나 산업기반에 걸맞는 학문분야를 과감하게 육성할 필요가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
또다른 대학 관계자는 『전 영역에서 1등대학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학여건에 맞게 A대학의학, B대학법학, C대학경영학 등 특정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특성화 전략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대학 특성화는 입시제도에도 해당된다. 모든 대학이 무시험전형으로 가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는 대학의 특화전략과도 연계되는 일이다.
고려대 김성인(金成寅) 교수는 『특별한 경쟁력을 갖춘 대학은 결국 특별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만드는 것』이라며 『교육정상화의 틀내에서 대학이 요구하는 학생을 뽑기 위한 다양한 전형도구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민경찬(閔庚燦) 입학관리처장은 『무시험전형이 호응을 얻으면서 이 방식이 교육정상화의 유일한 해답으로 받아들여져 또다른 획일화가 초래되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학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서울대 인문·사회·자연대 교수들의 집단적인 저항에서 나타나듯 학부 2학년을 마친 뒤 인기 전문대학원에 진학토록 한 것은 우수한 학생을 유인해 순수기초학문의 기반을 약화할 것이라는 주장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연구중심대학 전환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도 교육개혁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구중심대학은 이공계를 중심으로 막대한 교육시설 투자를 수반하는 것인 만큼 여건이 안되는 대학의 연구중심대학 전환은 또다른 부실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대학연구소를 기업과 지자체, 학교가 공동으로 운영하며 학위와 취업, 연구를 병행토록 한 도쿄대(東京大)모델이 주목받는 것도 이때문이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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