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감을 물들인 갈옷은 원래 제주의 전통노동복이지만 자연스러운 색상과 스타일은 요즘 입어도 손색이 없다』제주도의 농부와 어부들이 입던 평범한 옷이 한 디자이너의 힘에 의해 패션의 범주로 올라왔다. 주인공은 디자이너 양순자(49)씨. 6년 전부터 갈옷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해 온 그는 2일 오후 9시 제주 제주시 오라관광지구내 대공연장에서 갈옷을 소재로 패션쇼를 선보였다. 개량한 한복 뿐 아니라 원피스 바지정장같은 요즘 옷 등 50여벌이 무대에 올려졌다. 모델은 이날 같은 곳에서 열린 미스월드아일랜드 선발대회 참가자들로 170㎝이상 장신의 외국미녀들.
『갈옷의 황토빛이 채도가 적당하고 색상이 은은해 피부빛깔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잘 어울린다』는 그는 『미국 광부의 작업복인 청바지가 세계적인 의상이 된 것처럼 갈옷도 세련된 색상과 실용성으로 세계시장에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까지 말한다. 그의 갈옷은 제주국제섬문화축제(7월18일∼8월13일)에서 제주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맡았다. 행사장에서 도우미, 각 국 대표단장들의 유니폼으로 입혀졌고 갈옷전시회에는 많은 외국관광객들이 다녀갔다. 모자 가방등 갈옷 소재로 만든 소품은 선물용으로 제법 나갔다. 갈옷은 비에 맞아도 몸에 달라붙지 않고 따로 풀먹일 필요가 없어 매우 실용적인 옷. 더구나 광목으로 만들어 천연섬유를 선호하는 요즘 추세와도 어울린다. 땡감을 짓찧어 나온 즙에 광목을 적신 뒤 말리면 된다. 이 작업을 반복할수록 색깔이 진해진다. 양씨는 제주도 출신이다. 72년 미국 패션전문학교인 FIT에서 공부하고 80∼92년 뉴욕에서 활동했지만 결국에는 어린 시절 친숙하게 보아온 갈옷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갈옷브랜드 「몽생이」를 운영하는 그는 먼저 『갈옷을 제주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키우는데 전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제주=김동선 기자>제주=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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