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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아이보다 더 잘먹이려 애써요”/‘신나는 집’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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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아이보다 더 잘먹이려 애써요”/‘신나는 집’ 자원봉사자

입력
1998.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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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는 아이들에 ‘사랑의 밥’/상처받지 않게 마음 다독여초등학교 2학년 4학년 두 아이의 엄마인 김선화(35·서울 관악구 봉천9동)씨는 올 여름이 무척 바쁘다. 학교급식이 끊어지는 방학동안 끼니를 거르는 이웃 아이들에게 밥을 챙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결식아동 무료급식소인 봉천동 희망교회 신나는집의 자원봉사자다. 매일 아침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밥짓고 반찬 만들어 점심 먹이고 설거지하는 일이 그의 몫이다.

희망교회 신나는집에는 매일 많으면 40명, 적으면 20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점심을 먹으러 온다. 초등학생이 많고 형제가 나란히 오기도 한다. 부모가 일 나가서 심심하고 갈 데가 마땅치 않은 아이들은 아침 10시께 일찌감치 와서 저녁때까지 놀다 간다. 저녁거리도 없는 어린이에게는 이 곳에서 저녁도시락도 싸준다. 이 모든 일을 김씨와 희망교회 전춘우 목사 부부, 또 다른 자원봉사자인 한상미(25)씨가 맡아서 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한씨는 가정방문이나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역할도 맡고 있다.

김씨는 애들한테 골고루 잘 먹이는 데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공부를 하려고 해도 잘 먹고 건강해야 힘이 있을 거 아녜요. 내 아이보다 더 잘 먹이려고 애쓰고 있어요. IMF로 어른들 고생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쳐도 애들은 무슨 죄입니까』

이 곳에 오는 청소년들은 쌀 한 톨 없는 극빈보다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기 힘든 가정형편 때문에 굶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김씨는 밥을 얻어먹는 일로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이다. 4일 정오께 한 초등학생이 쭈뼛쭈뼛 들어왔다. 『어, 형은 왜 안 왔니』『여기까지 왔는데요, 쪽 팔린다고 도로 갔어요』 애들도 자존심이 있다. 지난 달 20일 처음 문 열었을 때는 굶으면서도 안 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결식아동 무료급식소인 신나는집은 전국에 여섯군데. 지역마다 매일 40∼50명씩 찾는다. 어디나 빈민지역아동을 보살펴온 부스러기선교회로부터 재정과 음식을 지원받아 자원봉사로 꾸려가고 있다. 지난달 11일 처음 문을 연 경기 안산의 신나는집에서는 민간단체인 공동체문화원의 회원 4∼5명이 자원봉사를 하고있다. 이들은 매달 한 번 자신의 생일과 같은 날짜에 먹을 것을 들고 찾아와 아이들과 어울리는 「하루몫」운동도 펴고 있다. 안양에 사는 한 주부는 아이들 먹을 김치를 담가 갖다주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은 제대로 먹이는 일에도 힘이 달린다. 사랑의 음식나눔은행(푸드뱅크)을 통해 음식을 지원받고 있는 부스러기선교회 강명순 협동총무는 『호텔 백화점 농축산물직판장 등의 참여가 아쉽다』며 『자원봉사와 음식 말고도 책 옷 나들이용 차량 지원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희망교회 전춘우 목사는 『결식아동을 위한 무료밥집은 동네마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무엇보다 『동사무소와 학교가 결식아동 명단을 파악해주고 방학이 끝난 뒤에도 급식이 계속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정책적인 배려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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