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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기습호우에 잠기고 무너지고 넘치고/“水防 만전” 또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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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기습호우에 잠기고 무너지고 넘치고/“水防 만전” 또 공염불

입력
1998.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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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관 용량부족·관리부실로 피해 증폭/지하철도 배수구 등 불량 교통대란 자초뚫린듯한 하늘 만큼이나 수도(首都)서울의 수방(水防)행정의 구멍도 컸다. 4일 오전에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의 도심 간선도로가 순식간에 빗물에 잠기고 지하철 1호선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 등 서울시의 간선 교통망이 마비됐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진 탓도 있지만 하수관 관리부실 및 용량 부족, 지하철공사 등의 늑장 대처 등 인재도 가세했다.

서울시 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4일 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동대문 276㎜, 중구 262㎜, 강동구 244㎜, 광진구 233㎜의 비가 내렸다. 특히 오전 8∼9시 한시간동안 동대문구 83㎜, 중구 65㎜, 광진구 64㎜, 용산구 63㎜의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이에 비해 서울시의 일반 하수관은 시간당 62㎜, 간선도로 하수관은 시간당 74㎜ 비에만 견딜수 있도록 설치됐다. 또 한강지천은 시간당 101㎜, 한강은 시간당 120㎜ 강수량에 맞춰져 하수관이 시설됐다. 특히 도로갓길에 있는 빗물받이는 시간당 30∼40㎜ 강수량정도만 처리할 수 있다. 서울시는 하수처리용량과 맞먹는 비가 내렸기 때문에 도심 간선도로 침수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을지로는 지하철 2호선 건설 당시 지하터널공사 때문에 하수구의 처리용량이 축소돼 다른 지역보다 먼저 침수된 것으로 지적됐다. 또 서울시의 하수관이 5m에 1곳 꼴로 깨지거나 다른 배관 등이 통과하고 오물로 빗물받이가 막힌 것도 침수를 부채질했다.

지하철 침수는 지하구조물에 대한 수방대책의 미비에서 비롯됐다. 1호선 서울역과 청량리역은 지상구간의 터널에서 빗물이 유입되고 지하수의 과다배출로 선로가 물에 잠겨 오전 9시10분∼11시 운행이 중단됐다. 2호선 을지로3가역은 환기구를 통해 빗물이 역사로 흘러들었다. 국철 남영역과 1호선 동대문역 4호선 숙대입구역 등은 출입구 계단의 배수로 불량시공으로 대합실 등이 한때 잠겨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환기구는 비닐 등으로 덮고 출입구를 마대로 막는 등 신속히 대처했더라면 이같은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산2호터널의 침수도 안일한 수방행정에 원인이 있었다. 하수의 역류외에 터널공사 당시 장충동과 이태원 등 2곳에서 터널쪽으로 대각선을 뚫은 사갱(斜坑)을 통해 빗물이 터널쪽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는 이날 오전 7시15분 2호터널을 통제한 뒤 차량을 1·3호터널로 유도하면서 혼잡통행료를 징수해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갑수(金甲守) 도시환경부장은 『하수관 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일본 오사카(大阪)처럼 지하 100∼150m에 직경 6∼12m, 길이 2㎞안팎의 저류조를 설치하고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 수 있도록 아스팔트도로를 침투성 자재로 교체해 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임종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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