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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숙 연작소설 ‘서울대 시지푸스’/망국의 집단최면 ‘서울대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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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숙 연작소설 ‘서울대 시지푸스’/망국의 집단최면 ‘서울대病’

입력
1998.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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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희생시키는 잘못된 교육 고발『3개의 한글 자음 「ㄱ」「ㅅ」「ㄷ」을 형상화해 만든 서울대 교문의 우스꽝스런 철구조물이 무엇의 약자인 줄 아는가. 국립서울대학교의 약자가 아니라 「돈」과 「권력」과 「섹스(쾌락)」를 상징한다. 이 시대의 수많은 젊은이들과 그 부모들이 이 교문을 지나 저 거대한 신전 안으로 들어가기를 원하는 것은 이 학교를 졸업하면 돈과 권력과 쾌락을 얻을 수 있다는 거대한 환상 때문이다』

소설가 민혜숙(38)씨는 신랄하다. 그는 학생도 학부모도 「서울대만 가면 모든 걸 얻을 수 있다」는 집단적 신화에 빠져 썩어가고 있는 우리 교육현실을 연작소설집 「서울대 시지푸스」(문학과지성사 발행)를 통해 비판한다. 소설은 생생하다. 작가 자신이 대원여고와 대원외국어고 불어교사로 체험한 교육현장의 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 영어 한자 미술교습 받느라 밤 8시가 넘어야 집으로 들어가는 초등학생, 전교 10등 안에 들면서도 공부에 대한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조기유학을 조르는 여중3년생, 만점 받으려고 커닝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우등생, 서울대법대에 합격해 천하를 얻은 듯 우쭐하다 방황하는 시골유학생…. 또 아이들이 방학동안 운영되는 영재반에 들지 못해 고민하는 젊은 엄마들, 예체능 실기점수를 잘 받으려고 촌지를 건네는 학부모, 자식 과외를 위해 파출부를 마다 않는 여인등 학부모의 초상에다 서울대 진학률만 높이려는 학교측의 욕심과 그에 희생되는 학생들.

민씨는 10가지 이야기를 통해 우리 교육현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 그는 『지금의 대학은 자녀들을 불태워 제사지내던 옛 중동지방의 암몬족속들이 행한 야만적 행위가 그대로 되살아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신전」이다』고 말했다. 누구나 아는 내용일지 모르지만, 아픔을 더 절실하게 공유하고 치유할 길을 찾기 위해 이 작품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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