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면 국무총리서리 인준은 없다』『의원직 사퇴서에 서명하고 투표에 임하자』 3일 치러진 국회의장 경선에서 한나라당은 이같은 「벼랑끝 전략」으로 임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그러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뒤늦게나마 「행동통일」을 과시하려는듯 곧바로 본회의장에서 퇴장해 버렸다.한나라당의 퇴장은 여야가 합의했던 의사일정의 파행으로 이어졌다. 의장경선에 이은 부의장 선출안건이 처리되지 못했고, 4일로 예정됐던 국무총리 인준동의안도 언제 처리될지 기약을 할 수 없게 됐다.
사실 한나라당식 셈법으로는 이러한 과정은 예정된 코스이다. 말은 자유경선이라고 해도 『다수가 항상 승리해야 한다』는 1차원적 원칙에 고집스레 매달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수파가 이길 수있는 이변이 상존하는게 자유경선이고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묘미인 것은 상식이다. 한나라당이 은근히 여당의원들의 반란표를 기대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물론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여권이 사정설등을 앞세운 압력과 회유로 소속의원들의 발목을 잡았을 개연성도 있다. 하지만 당지도부나 소속의원들이 그런 정도의 「외압」을 계산에 넣지않았을 리도 없다. 그렇다면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패자의 미덕이 우선되어야 한다. 선거에서 졌다고 여야 합의사항을 뒤집는 것은 의장직이라는 「실리」뿐아니라 정치도의라는 「명분」을 한꺼번에 잃는 것에 다름아니다.
또 한나라당의 패배가 당의 분열등 「실(失)」만을 가져왔다고 생각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무조건적으로 기대어왔던 「수의 허상」을 되돌아볼 기회를 갖게됐고 그 토대에서 제대로 추스리지도 못했던 당의 체질을 구조조정할 호기를 맞은 셈이다. 한나라당은 다수당의 자존심이 무너졌다는 울분을 삭히고, 원칙을 따르는 진정한 야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화를 복으로 돌리는 길임을 깨달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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