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미국 일본 등에서 청소년 보호를 위해 TV의 폭력물이나 음란물을 자동차단하는 「V칩」을 수상기에 부착하는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폭력을 의미하는 「바이얼런스(Violence)」의 머릿글자를 따 이름붙여진 V칩은 프로그램의 암호정보를 판독, 특정등급 프로는 자동으로 수신이 차단되도록 하는 장치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이미 지난 달부터 새로 판매되고 있는 13인치 이상 TV에 마이크로세서 크기의 V칩을 의무적으로 내장하도록 했고 일본의 정부자문위원회는 4월말 V칩기술 도입을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총리실에 제출했다. 한국도 문화관광부가 지난 달 31일 「청소년 선도를 위한 TV프로그램 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장기적으로는 V칩기술을 도입키로 했다.이같은 시도는 청소년에 미치는 TV의 폐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회적 위기감을 반영한다. 오죽하면 샘 넌 상원의원, 윌리엄 베닛 전 교육부장관 등 저명인사들이 이끄는 「전국시민부활위원회」가 최근 미국인들이 TV를 보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동안 가정은 붕괴하고 교회 학교 이웃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을까. TV는 잘 쓰면 「정보상자」, 잘 못쓰면 「바보상자」로 불릴 정도로 극단적인 양면성을 갖고 있다. 특히 분별력이나 사고의 힘이 부족한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사회성결여와 자폐증 유발, 모방심리 자극 등이 TV의 대표적인 폐해로 꼽힌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배운다. TV 앞에 매달려 사는 엄마 아빠에게 배울 것은 없다. 우리나라 TV수상기에 언제부터 V칩이 내장될지 모르지만 인위적이고 수동적인 방식에 의존하기보다는 부모들이 앞장서서 TV를 멀리 하는 게 어떨까.
언젠가 한 출판인이 들려준 말이 생각난다. 『한국인의 저력은 놀랍지만 한국은 결코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한국인은 일본인만큼 책을 안 읽으니까』 그와 친분이 두터운 한 일본출판인은 식사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단다. 그 지적처럼 책을 읽지 않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 현실을 바꿀 힘은 가정에서 나온다. 오늘부터 당장 집에서 TV시청을 줄여 보자. 그리고 부모가 먼저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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