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대사 뒷받침” 당부/외통부선 ‘개혁장관’ 기대3일까지 『한러 외교갈등에 따른 인책인사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던 청와대가 4일낮 박정수(朴定洙) 외교통상장관의 전격경질사실을 발표하자 외통부 등 「유관기관」과 정치권은 배경을 파악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사실 청와대에선 전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박전장관의 보고가 무려 1시간20여분간 계속되자 『장관이 바뀌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같은 날 오전 김대통령에 대한 이종찬(李鍾贊) 안기부장과 임동원(林東源) 외교안보수석의 보고에서는 『외무장관 회담의 결과가 본국 훈령의 범위를 벗어나는 부분이 있으나 문제삼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전장관의 보고를 전후해 한러갈등의 초점인 아브람킨 러시아참사관의 재입국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측의 입장이 바뀌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장관 교체 문제를 김종필(金鍾泌) 총리서리와 긴밀히 협의, 김총리서리가 3일 박전장관의 청와대 보고에 앞서 국회에서 박전장관에게 사퇴를 권유하는 암시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김대통령은 김총리서리에게 홍순영(洪淳瑛) 대사 등 2명의 신임 장관후보 명단을 통보하고 제청을 요청했다.
김대통령은 4일 홍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언젠가는 중용할 생각이었다』라고 신임을 표시한 뒤, 일부에서 경질설이 제기됐던 여성대사인 이인호(李仁浩) 주러 대사에 대해 『잘 뒷받침해 힘을 실어주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장관은 이날 오후 세종로청사 19층 회의실에서 이임식을 갖고 『외교통상부의 개혁작업이 지속돼야만 외통부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며 『김대통령이 세일즈맨을 자청하며 노력하고 있는 만큼 우리 외교관들도 국제무대에서 불철주야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장관은 이어 기자들과 만나 『이번 대러협상과정에서 본의아니게 협상내용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은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한 행동이므로 오해없길 바란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한편 외통부 직원들은 『이번에 박장관은 노회한 대국 러시아와 우리 안기부 사이에서 안팎곱사등이 신세가 될 수 밖에 없었다』며 『의원외교로 쌓아온 경륜을 본격적으로 펼치려던 차에 뜻밖의 사태로 5개월만에 낙마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들은 그러나 신임 홍장관이 소신있는 경력외교관 출신의 개혁론자임을 들어 부처내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한 후 11시부터 별도로 김대통령을 독대, 경질통보를 받고 즉시 장관실로 돌아와 선준영(宣晙英) 차관에게 경질 사실을 알린 뒤 김종필(金鍾泌) 총리서리를 비롯 김정길(金正吉) 행정자치 장관 등과 점심을 함께 했다. 당초 선약이 있었던 박장관은 김총리서리의 「환송 점심」을 하자는 권유에 약속을 취소하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윤승용·유승우 기자>윤승용·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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