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가 25명 짝을 지어 백두에서 한라까지 답사/끊어진 남북 허리잇기 간절한 염원 시·그림으로『현대사는 잃어버린 백두산을 찾는 역사이기도 하였다』. 시인 고은씨는 백두산 천지에 올라 이렇게 되새겼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 현대사는 일제 이후 잃어버린 민족의 시원(始原) 백두산을 찾는 역정이고, 그것은 곧 끊어진 백두대간(白頭大幹)을 잇는 길이기도 하다.
문인 12명과 화가 13명이 이 대간을 이어보려고 나섰다. 「산천을 닮은 사람들」(효형출판 발행)은 그들이 서로 짝을 지어 대간의 골짝골짝을 더듬어보고 거기 뿌리내려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그린 문집이자 화집이다.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우리 땅을 동서로 크게 갈라놓으며 모든 산줄기를 세워놓고 모든 물줄기를 흐르게 한 백두대간. 백두산을 머리로 한반도 등허리의 금강산과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을 거쳐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으로 치솟아 오른 그 맥(脈)은 분단으로 동강나 있지만 이들은 갈 수 있는 길은 다 밟아보며 그 곳의 땅과 사람살이를 기록했다.
참여한 문인은 시인 고은 신경림 김용택 김용락 고형렬, 소설가 박완서 이호철 송기숙 현기영 김성동 김남일씨와 희곡작가 안종관씨. 화가 김정헌 임옥상 김호석 박불똥 황재형 윤석남 김인순 손장섭 박문종 강요배 이종구 이철수 민정기씨가 이들과 짝을 이뤘다. 강원도민일보 광남일보 대구일보 전북일보등 4개 지방신문사의 연합기획으로 지난 해 1년간 연재됐던 기행이다.
임옥상씨와 진부·설악지역을 답사한 신경림시인은 그 산줄기를 「염원의 땅」이라 불렀다. 『백두를 떠나 장장 1,500리를 달려오다가 산줄기는 꿈틀 발을 멈춘다. 민족의 분단으로 해서 온통 쇠붙이로 메워진 허리가 아파서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그 산줄기가 마주한 파도 높은 동해가 「힘차고 화려한 창조의 춤」을 추는 것을 보며 『이 땅을 옥죈 철조망을 우리들 스스로 끊을 날도 반드시 머지만은 않다』고 새겨본다. 바로 엊그저께도 1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리산. 그 산자락에는 언제나 이름없는 영혼들의 절규가 묻혀져왔다. 지리산을 답사한 소설가 이호철씨는 공교롭게도 이번 사고와 비슷한 경우로 뱀사골에서 숨진 시인 고정희를 떠올리며 현대사를 돌이킨다. 거기서 내리는 비는 그에게 『지리산 품에 안긴 숱한 원혼들이 저들의 사무친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기라도 했다는 듯』 내리는 비다.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산천을 닮아 살아가는 이들이다. 「겨우내 가지를 찢고 몸통을 꺾는/혹한과 폭설에 시달리며 우리는 맹세했었지./다시는 몸에 꽃도 열매도 맺지 않으리라고./한데도 왜 우리들의 몸은 다시 더워오는가,/어둠을 찢으며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면서./머지 않아 온 산이 꽃으로 향기로워지겠지,/또 불어닥칠 바람에도 눈비에도 아랑곳없이./메마른 땅에서 함께 살다 보니/어느새 우리가 나무를 닮아버린 것일까」(신경림 「정월 초하루, 소백산에서 해돋이를 맞다」중에서)
아직 휴가를 떠나지 않았다면 이 책에 담긴 저마다 특색 있는 맛깔스런 글과 미술작품을 따라 우리 땅을 더듬어보는 것도 훌륭한 여름나기가 될 것이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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