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을 자유경선으로 선출한 것은 괄목할 만한 정치 발전이다. 선출과정에 우여곡절과 소란이 있었지만 여야는 결국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수용했다. 이제 국회는 이 정신에 따라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산적한 현안 해결을 서둘러야 한다.한나라당은 박준규 후보의 의장 선출이 확정되는 순간 회의장에서 퇴장함으로써 부의장 선출등 후속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는 파행을 불렀는데, 이는 유감스런 일이다. 자신이 제의했던 자유경선에서 원치않았던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불만을 터뜨린 것은 경선의 명분을 스스로 짓밟는 행위다.
우리는 이번 의장선출로 국회가 중요한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 냈다는 점을 평가하고자 한다. 집권당이 의장을 지명하고 국회가 이를 그대로 수용해 온 관례를 깨고 자유투표로 의장을 선출한 것은 분명 새로운 의정패턴이라 할 만하다. 정쟁의 돌파를 위한 타협의 산물이라고는 해도 긍정적 의미를 살려나갈 필요가 있다.
의장을 선출함으로써 이제 국회는 정상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계류중이던 260여개의 개혁법안 처리로 개혁작업의 제도적 법적 뒷받침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부의장선출과 원구성을 속히 마쳐 입법기관의 불법적 지위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여야가 벌인 첨예한 대립과 힘겨루기를 감안하면 한나라당이 경선결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정치권 사정에 흔들려 소속의원들의 표가 이탈했다는 의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회를 다시 파행으로 몰고갈 명분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정치권을 향해 쏟아진 국민들의 원성은 정치권의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절박한 것이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오늘로 예정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도 한나라당의 반발로 불투명해졌다.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의장경선을 제의했던 자세를 지켜서 상식과 순리를 새기는 일이다. 국난해결을 위해 야당이 취해야 할 생산적 행동이 어떤 것인가를 현실적으로 판단해 줄 것을 당부한다.
경선 패배로 한나라당에는 지도부 인책론 등 내부혼란의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으나 이것도 결국 다가올 전당대회를 통해 스스로 정리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무슨 일이 있어도 국회를 다시 볼모로 잡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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