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濠 젊은작가들 설치미술 등 통해 가정의 양면성 다양한 해석틀 제시/경주 아트선재미술관·서울 아트선재센터가정은 행복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동시에 가부장의 권위가 버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 작가들의 눈에 가부장적 권위를 토대로 한 가정은 폭력과 억압이 거미줄처럼 숨어 있는 곳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따뜻함과 억압은 가정의 상반된 두 얼굴이다.
지난달 24일 개막, 13일까지 경북 경주시 아트선재미술관(05617457075)에서 열리고 있는 「언홈리(Unhomely)」전은 가정과 집의 문화적 실체를 규명하려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언홈리」라는 단어는 「집같은」 「낯익은」의 뜻인 「홈리(Homely)」의 반대말로 「낯선」 이라는 뜻이다.
이 전시에서는 호주의 젊은 작가들이 가정과 집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틀을 제시한 사진 설치미술 평면 등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아트선재미술관이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호주 국립 빅토리아미술관과 공동기획한 행사이며 서울 아트선재센터(027338945)도 5∼27일 같은 제목의 전시회를 마련한다. 남자누드가 나오는 비디오작품이 출품될 서울전시는 미성년자 입장불가.
서울 아트선재센터 전시에는 95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트레이시 모페트와 루이스 위버의 작품이 출품된다. 트레이시 모페트는 아무렇게나 찍은 듯한 사진작업 「삶의 상처」를 통해 가정폭력, 성적 학대, 개성을 억압하는 강제적 분위기를 드러내는 작품을 전시한다. 루이스 위버는 뜨개질과 아플리케 등 여성적 기법으로 만든 나뭇가지, 사슴뿔 등의 작품을 내놓는데 이는 부드러운 손끝에 감춰진 문명의 파괴적 성향을 암시한다.
경주 아트선재미술관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7명. 리사 영의 「집합과 부분 집합」은 길게 늘어놓은 서랍과 어지럽게 널려 있는 구두를 통해 여성의 강박과 상실을 드러내고 있다. 앤 자할카는 스트레이트 사진으로 남자와 여자로 구성되는 가정의 틀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고 하워드 아클리의 회화는 호주의 획일화한 삶의 모습을 잘 설명해준다. 종이로 만든 침대 거미줄 나무뿌리 등을 벽에 붙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샐리 스마트의 작업은 집 또는 가정이 공포로 가득찬 공간으로 바뀔 수 있음을 말해준다. 캐시 터민은 거칠게 짠 나무상자 안에 부드러운 천과 털로 감싼 모형집을 전시했고, 스티픈 버치는 썩은 나무뿌리와 텅 빈 모형집을 병치시킴으로써 공동화(空洞化)하는 도시의 주거환경을 풍자했다.
「내가 쓴 것」 「나의 화려한 인생」 「오스카와 루신다」 등 호주영화와 도서가 소개되는 「북 앤드 필름 페스티벌」도 9월5∼12일 서울전시의 부대행사로 마련된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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