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대홍수 계기로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한국 등 아시아 각국엔 남의 나라 물난리가 아니다중국 양쯔(揚子)강이 사상 유례없는 대홍수로 범람,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를 본 중국사람들에게는 안된 이야기지만 TV를 통해 거침없이 흐르는 장강의 붉은 황톳물을 바라보는 재미가 적지 않다. 구경중에 불구경 물구경 싸움구경이 최고라지 않는가.
하지만 장강의 홍수가 과연 남의 나라 물난리일까. 양쯔강 일대는 중국 최대의 곡창지대이자 산업시설이 몰려있는 곳이다. 가히 중국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곳이 물에 몽땅 잠겨버렸으니 중국경제에 타격이 없을 수 없다. 이때문에 29일 중국의 상하이B지수가 2.14포인트 떨어진 30.66을 기록하는 등 중국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2.14포인트라고 하지만 하락율로 따지면 6.97%로 폭락세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중국 주가가 국내주식시장에 직접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잘 안풀리는 중국당국이 사상최악의 자연재해를 계기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국정부 당국자들로선 화폐가치를 낮춤으로써 수출을 늘려 경기침체를 돌파해보려는 유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경제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홍콩의 주가 실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가 적색경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니 더욱 그 가능성은 커진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국가들에게 양쯔강 홍수범람보다 훨씬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점은 굳이 되풀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적어도 주식투자자라면 턱괴고 앉아 TV를 통해 팔자좋게 남의 나라 물구경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물구경뿐이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정치 싸움판도 마찬가지. 여당인 자민당 총재 경선을 앞두고 도쿄외환시장과 일본 주식시장은 이른바 「가지야마 장세」를 누렸다.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경제현안에 대해 합리적인 복안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 전 관방장관에 대한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 등 동남아 주식시장도 안정세를 보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얼마전까지 계속된 미국증시의 이른바 「섬머 랠리」가 국내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적도 있다. 국제화시대엔 신문의 국제면에 나오는 기사들이 단순한 구경거리만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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