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 구조 급류 휩쓸렸다 극적생환김원길 부면장/탈진상태 또 뛰어들어… 끝내 순직이정근 소방장/50여명 대피유도,조카 구하고 참변공무원 김영덕씨50대 부면장이 사지(死地)의 야영객 150여명을 안전하게 대피시킨뒤 자신은 급류에 휩쓸렸다가 극적으로 살아났다.
그러나 몸을 아끼지 않고 많은 인명을 구조한 119구조대원과 환경직 공무원등 2명은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덕천강변 자양보유원지 야영객 150명을 구해낸 김원길(金元吉·50) 시천면 부면장이 엄청난 비가 내린다는 보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1일 0시30분께. 야영객들은 80여개의 텐트안에서 깊은 잠에 빠졌거나 여흥을 즐기고 있었다. 『상류에 물이 불어나고 있으니 빨리 대피하라』며 타고온 관용차에 설치된 확성기로 방송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텐트에 돌을 던지고 막대기로 계속 쳐 철수를 끝내갈 무렵 차량 8대가 급류에 떠내려갔다.
야영객이 모두 대피한 것을 확인한 김부면장은 자신도 빠져나오기 위해 차에 올랐으나 불어난 물에 20m가량 떠내려갔다.
차에서 빠져나와 헤엄을 쳐 뭍으로 나온 것이 새벽 1시50분께. 강물에 휩쓸려간 줄만 알았던 면사무소 직원 등이 그를 부둥켜 안고 생환의 기쁨을 나누었다.
반면 경남 사천소방서 이정근(李政根·46) 소방장과 경북 울진군 환경사업소 직원 김영덕(金永德·34·8급)씨는 많은 인명을 구한뒤 탈진하거나 급류에 휘말려 숨졌다.
이소방장은 1일 새벽 3시40분께 경남 진주시 수곡면 창촌교에서 폭우로 고립된 야영객 30여명을 동료들과 함께 수중에서 구조해 냈다.
이소방장은 계속된 구조작업으로 탈진상태였으나 떠내려가는 승합차에 사람이 타고 있다며 구해달라고 한 야영객이 애원하자 급류에 뛰어들었다가 물살에 휘말렸다. 이소방장은 동료들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돼 병원에 옮겨졌으나 이날 밤 8시30분께 숨을 거두었다.
2일 오전 함양군 유림면 장항리 하천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공무원 김영덕씨는 폭우가 심상치 않아 1일 새벽 1시께부터 주변 텐트들을 돌며 야영객 50여명을 깨워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김씨는 이어 계곡 건너편 사람들도 대피시키기 위해 조카(16·중3)와 함께 계곡물을 건너다 발을 헛디딘 조카를 물밖으로 밀쳐내고 자신은 급류에 휘말렸다.
사고현장에서 12㎞나 떨어진 곳에서 김씨의 시신을 본 동료들은 처음으로 가족휴가를 왔다가 변을 당한 그의 의협심과 공직자로서의 사명감을 얘기하며 눈물을 훔쳤다.<진주=정창효 기자>진주=정창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