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이 외풍을 뿌리치고 난상토론 끝에 새 행장을 선임했다. 정부의 대규모 출자와 부실채권매입으로 우량자산만 남아 해외자본투자제의가 잇따른다. 인원과 점포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인사파벌도 없다」「전직고위관료가 낙하산을 타고 행장으로 내려왔다. 노사갈등으로 인원감축은 제자리걸음이고 상업파와 한일파의 나눠먹기식 인사가 계속된다. 부실채권이 늘어 벌처펀드(부실자산투자자)외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지난달 30일 합병의 첫발을 내디딘 「상업·한일은행」의 미래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도 슈퍼뱅크를 갖게 됐다」는 기대감도 잠시, 불안과 우려가 가시지 않는 것이 합병을 바라보는 금융계의 솔직한 시각이다.
슈퍼뱅크를 향한 정부의 집념은 그동안 간절하고도 집요했고 결국 만들어냈다. 그러나 다윗에 패한 골리앗처럼, 종족보전조차 실패한 공룡이나 매머드처럼 규모가 성공을 장담하지는 못한다. 합병 자체가 금융개혁의 완성편일 수는 없고 대형화도 경쟁력강화의 필요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냉정히 말해 「상업+한일」은 화학적 융합이 어려운 결합이다. 정부의 무제한적 지원과 두 은행 최고경영자의 사심없는 결단이 없으면 결코 하나되기 어려운 악조건을 갖고 있다. 만약 정부가 인색한 지원으로 막대한 부실채권을 방치한다면, 또 예전처럼 퇴직관료의 배출처로 활용한다면, 두 은행 경영진 역시 주도권 다툼으로 「한지붕 두가족」을 조장한다면 이 슈퍼뱅크는 누구도 손대기 어려운 슈퍼부실은행이 될 수 밖에 없다.
상업 한일은행의 합병실패는 두 은행의 좌초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슈퍼뱅크에 금융구조조정의 모든 것을 걸었던 정부의 좌절이고, 나아가 개혁 자체의 변질을 뜻한다. 지금부터는 슈퍼뱅크보다 부실없고 내홍없는 「클린뱅크(Clean Bank)」가 금융개혁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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