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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하늘의 별따기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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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하늘의 별따기 인가

입력
1998.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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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석달간 재취업훈련 4만5,253명중 단 599명만 취업성공/더 심각한 문제는 경기가 좋아지길 기다릴 뿐 별다른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사례1◁

자신이 관리담당 이사로 일했던 H중공업이 부도를 내면서 지난 1월초 실직자가 된 H씨(48). 노동부와 중소기업청,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에 구직신청서를 내놓고 각종 기관에서 개최하는 투자상담사 과정, 외환전문가 과정 등 재취업교육에 참여해온지 6개월여가 지났다. 그러나 그동안 취업인터뷰 요청은 단 한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가끔 경비직 자리는 있다고 하지만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사례2◁

대기업 임원을 지낸 H씨는 그래도 형편이 나은편. 가진 재산이라곤 몸뚱이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실업자의 하루」가 죽음 이상의 고통이다. 20여년동안 공사판을 전전하며 막일을 해온 K씨(44). 지난해 10월이후 일감이 끊겨 빈털터리가 된 그는 노숙이라도 할 생각으로 마지막 재산인 1,500만원짜리 전세방까지 내놓았다. 도로가의 쥐똥나무 청소 등 일당 2만3,000원짜리 공공근로사업이라도 건지는 날은 운수 좋은 날. 길거리를 헤매다 공사현장이 나오면 무조건 들러보지만 항상 『자리가 없다』는 대답뿐이다. 그는 『하루에도 몇번씩 죽고싶은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요즘 재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수많은 실업자가 직장을 찾아헤매고, 이들을 돕기위한 재취업교육 프로그램도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일자리는 씨가 말라있는 상태다. 매일 구직창구를 드나들며 여기저기 이력서도 내보고 자격증도 따보지만 『기다려보자』는게 가장 희망적인 답변이다. 물론 운좋게 재취업에 성공하는 사람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며, 과거 직장보다 대우나 조건이 훨씬 나쁜 곳에 하향 재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재취업훈련에 참여한 고용보험적용 실직자는 모두 4만5,253명으로 이중 4,883명이 훈련과정을 수료했다. 수료자중 취업에 성공한 경우는 12.3%(599명)에 불과, 재취업훈련 과정을 마친 실직자 10명중 1명정도만 일자리를 구한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고급인력센터에는 지난 6월말까지 총 5,521명의 고급인력과 1만2,891명의 일반인력이 구직신청을 해놓았지만 올들어 각각 98명, 201명만이 취업에 성공했을 뿐이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와 마찬가지이다.

10대그룹인 H그룹 계열사 사장까지 지낸 J씨(59)는 96년 퇴직후 여행사를 운영하다 올해 경기침체로 휴업계를 낸뒤 3월초 경총 등에 구직원서를 냈으나 한건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그는 『경력을 살려 상장사 사외이사나 정부산하기관에서 일하고 싶지만 사외이사는 경영진과의 연줄, 공기업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면접기회 한번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직자들 사이에서는 35세가 넘으면 할아버지로 통한다. 응시할 기회조차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영업직을 뺀 나머지 직종에서는 그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고학력 역시 취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배운게 죄」라고 하소연하는 실직자도 많다.

취업인터뷰라도 한 사람은 아주 운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기대를 갖고 인터뷰에 응했던 실직자들은 회사측의 황당한 조건제시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을 거쳐 시계부품업체에서 일하다 최근 실직한 K씨(56)는 『유통업체와 채용인터뷰를 했는데 그쪽에서 월급은 줄 수 없고 그때그때 판매실적에 따라 수당을 주겠다고 제의, 거절했다. 요즘처럼 영업하기 힘든 때 일정액의 기본급도 없이 일하라는 것은 취업난을 틈탄 기업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생계를 위해 3D업종도 마다않고 재취업한 화이트칼라 실업자들이 낯선 근무환경에 적응하지못해 어렵게 얻은 새직장을 포기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말 서울 S운수에서 택시운전을 시작한 C씨(45)는 길을 몰라 사납금도 채우지 못한채 1개월간 밤낮이 뒤바뀐 생활로 고생만 하다 결국 그만뒀다.

문제의 심각성은 취업난을 해결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데 있다. 정부는 이미 온갖 대책을 백화점식으로 쏟아낸 상태다. 한국노동연구원 어수봉 연구위원은 『취업난의 원인은 노동자의 기술부족이 아니라 일자리 부족에 있기때문에 사실상 이를 해결할 묘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이 끝나야만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업 최소화, 고용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되 일자리 창출이 힘든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재취업 수요를 흡수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을 지낸 실직자 P씨는 『국내에서 더이상 재취업 수요를 수용하기 힘들다면 전세계 대사관을 활용, 외국으로 인력을 송출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 고급인력센터 최민형 소장은 『갱생가능한 부실회사는 회생시켜 고용을 유지토록 하고 수출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은 적극 육성, 신규 고용을 창출하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먹구구식 구직체계의 개선도 시급하다. 서울의 각 지방노동사무소에서는 구직 적성검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채 졸속 재취업알선이 성행하고 있다. 또 재취업교육을 실시하는 일부 기관에서는 취업과 무관한 거시경제 창업상식 등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어 교육생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노동분석팀 채창균박사는 『실업문제가 심각해도 사람이 부족한 곳은 있다』며 『기업의 수요를 체계적으로 조사, 이에 부합하는 교육훈련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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