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밤 ABC TV가 방영하는 인기 토크쇼가 있다. 「Politically Incorrect」라는 이 쇼의 이름을 우리말에 가깝게 번역하자면 「터놓고 얘기해 보자」는 뜻이 된다. 특정주제를 정해놓고 그와 관계없는 비전문가들을 모아 온갖 얘기를 시키는 이 프로의 목적은 시정(市井)의 여론을 들어보자는 것이다.30일밤 이 토크쇼의 주제는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스캔들이었다. 코미디언과 여배우, 작가, 여성단체 대표 등 4명의 출연자는 『도대체 클린턴 대통령이 바람을 피운 게 무슨 문제냐』고 입을 모았다. 『부인인 힐러리가 아무 말도 하지않는데 왜 제3자들이 왈가왈부하느냐』는 정도의 말은 예상할 수 있었지만 『불륜의 관계를 감추려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라며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문제삼지 않았다.
ABC 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르윈스키 사건이 처음 불거져나온 1월 「대통령이 위증을 했다면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65%였으나 지금은 45%로 떨어졌다. 더구나 그때는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거나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면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55%였으나 이제는 거꾸로 탄핵에 반대하는 응답이 57%로 역전됐다.
이처럼 「거꾸로 가는 인기」는 클린턴 대통령이 르윈스키양 사건의 파고를 헤쳐나가는 가장 큰 원군이 되고 있다. 이 모든 게 군대를 가려는 청년이 없을 정도로 미국의 경제지표가 좋기 때문이다. 국가 지도자에 대한 평가가 개인적 측면보다는 정책과 능력에 맞춰져 있다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일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다. 형편없는 지지도를 받았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했던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그러나 과연 하원에서 탄핵청문회가 열려 클린턴이 증언대에 서게 되더라도 높은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아니면 역시 여론은 바람과 같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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