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사정(司正)에 착수하는 문제를 놓고 청와대는 고민중이다. 청와대는 정치인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가급적 신중히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왔다. 이 때문에 사정기관들은 정치인에 관한한 소극적이거나 수사를 가급적 뒷전으로 미루는 태도를 보여온게 사실이다.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치인은 선출직이기 때문에 명예가 중요하다』면서 『완전한 물증이 나타나기까지 수사를 본격화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사정기관이 정치인에 관한한 별도의 기준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같은 신중한 태도는 『사정활동을 「보호」하고, 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측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표적 사정 시비에 휘말리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정치인을 소환할 경우, 여야간 편파시비 공방이 일어나고 결국은 사정활동 전체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여권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안전운전을 계속하다가 자칫 구여권에 대한 「도덕적 우위」 자체가 훼손될 것이라는 주장이 내부에서 나왔다. 경성 사건과 관련, 야당측이 현여권 정치인들을 거명하자 정치권 사정에 대한 강경론이 힘을 더하고 있다. 정치권 사정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지고있어 이를 외면만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더욱이 국민회의등 여권내부에서 『7·21 재·보선에서의 부진이 정치권 사정 등 개혁의 지지부진에서 비롯됐다』며 강력한 사정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청와대의 기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경성 사건에 거명된 정치인은 정치인 사정에 착수할 경우 대상자와 비교할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야당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사정활동을 훼손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정조직 자체를 우습게 아는 상황이 조성된 데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사정에 대한 기존의 입장이 변화될 수도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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