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는 그 활력의 핵심인 경쟁체제가 공정해야 비로소 효율적인 기능이 발휘될 수 있다. 도태되어야 할 부실·한계기업이 계열사의 지원이나 유리한 거래를 통해 쓰러지기는 커녕 시장 우월적 입장에 서서 오히려 건전기업을 퇴출시키는 불공정한 풍토에서 시장경쟁의 효율은 나올 수 없다. 이같은 부당내부거래는 특히 선단식(船團式)경영행태를 취해온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오랜 관행이었고, 이는 한계기업 지탱을 위한 불필요한 에너지 소진으로 우량핵심기업마저 동반 부실화시키고 나아가서 국가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쇠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현대 삼성 대우 LG SK등 5대재벌의 115개 계열사들이 최근 1년간 4조원대의 부당내부거래를 한 것으로 밝혀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조치와 함께 모두 7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재벌계열사끼리 자금과 자산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이같은 거액의 지원을, 그것도 별다른 「죄의식」 없이 주고 받았다는 것은 새삼 충격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더니 이러고서야 재벌계열사가 아무리 부실해도 망할 수 있었겠는가. 애꿎은 재벌계열아닌 견실업체들만 시장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적발된 재벌 계열사간의 부당내부거래 수법도 다양했다. 부실계열사의 기업어음, 무보증전환사채, 후순위채권등을 싼 금리로 매입해 주는 것이 전형적 수법이다. 원금상환조차 불투명한 후순위채권을 4개 재벌이 시중금리보다도 싸게 인수해준 것만도 무려 8,400억원에 이른다. 그밖에도 공사대금이나 부동산매각대금을 일부러 늦게 받거나 특정금전신탁을 통한 배타적 계열사 금융지원, 가공(架空)임대차 계약을 통한 지원등 갖가지 수법이 동원됐다. 이번에 지원받은 것으로 적발된 34개사중 25개사가 최근 3년중 1년이상 적자였고, 9개사는 자본 잠식 상태의 부실기업이었다.
제재를 받게된 해당 재벌로서는 공정위의 판정에 승복할 수 없는 부분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의 제고 없이는 생존해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어차피 승산 없는 계열사를 모두 끌어안고 갈 수는 없다. 거추장스런 문어발은 스스로 과감히 잘라내야 한다. 대국적으로도 대기업이 앞장서 불평등한 게임을 시정, 시장경쟁의 공정한 룰을 실천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공정위도 1회성 단속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대기업집단의 부당내부거래가 뿌리뽑힐 때까지 철저하게 파헤쳐 나가야 한다. 이번 조치를 단지 미진한 기업구조조정 압박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일부 회의적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단호하고 일관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