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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개점휴업”/합병바람에 신분불안 업무 공백·기강 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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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개점휴업”/합병바람에 신분불안 업무 공백·기강 해이

입력
1998.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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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교체와 감원, 합병의 소용돌이속에서 은행권에 업무공백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행장부터 말단직원까지 모두가 신분불안에 휩싸이다보니 「일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5개 부실은행이 퇴출된데 따른 업무공백, 5개 우량은행이 퇴출은행인수에 매달린데 따른 업무차질, 7개 조건부승인 은행들이 불안감에 휩싸인데서 오는 업무마비등 사실상 모든 은행이 정상업무가 불가능한 상태여서 은행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의 고충은 날로 증폭되고 있다.

■레임덕(권력누수)

조건부승인판정을 받은 시중은행 임원 A씨의 말. 『며칠전 한 거래업체로부터 대출신청을 받았어요. 꽤 괜찮은 회사여서 해당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을 해주라고 얘기했지요. 지점장은 「알겠습니다」라고 답했지만 말 뿐이었습니다』

은행권은 요즘 윗사람의 말이 먹혀들어가지 않는 분위기다. 임원들은 임원들대로 「언제 나갈지 모를 상황에서 아랫사람에게 지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다」는 입장이고 부하직원들은 그들대로 「나중에 책임은 내가 져야하는데 어떻게 옛날처럼 따를수 있겠는가」라는 분위기다.

대출은 오직 확실한 대기업여신, 정부가 일일체크하는 우량중소기업대출, 그리고 은행권 공동과제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작업 정도만 진행되고 있다. 일상적 기업대출은 완전중단 상태. 인사이동같은 주요 은행내 결정사항들도 한없이 미뤄지고 있다.

조건부승인 은행들은 현재 퇴진임원수만 정해놓고 명단은 통보하지 않은 상태. 따라서 행장등 임원들은 내달 20일 주총때까지 「임원이면서 임원이 아닌」 아주 어정쩡한 모습이다. 시중은행임원 B씨는 『어차피 경질대상이라면 빨리 결정을 해주는 것이 개인으로서나 은행으로서나 낫다』며 『금융에 이런 권한공백상태가 계속된다면 매우 심각한 사태가 올수 있다』고 말했다.

■극단적 몸사리기

한 시중은행장의 경험. 『정부에서 하도 중소기업대출을 독려해서 지점장들에게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을테니 대출을 해주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도 지점장들이 말을 듣지 않아요. 은행은 물론 직원 개개인의 거취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대출을 해줬다가 자칫 부실이라도 생기면 누가 책임지겠느냐는 생각들 뿐입니다』

뒤숭숭하기는 임원 뿐만이 아니다. 조흥 상업 한일 외환 등 4개 시중은행에서 나가야 할 직원수는 총 1만여명. 한 은행중견간부는 『명퇴금도 제대로 받지 못할텐데 부실대출 생겨 퇴직금까지 털어내야 한다면 누구라도 대출을 할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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