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산업 생존의 위기 맞아/국제경쟁력에 바탕둔 과감한 개방조치 필요우리는 그동안 다양한 전문채널을 공급하는 케이블TV의 탄생도 보았고 두 차례에 걸쳐 우리 고유의 무궁화 위성을 발사함으로써 위성방송시대가 열린다는 기대에 환호성도 질렀다. 뿐만 아니라 우리 고장의 독자적 지역민방을 갖는 뿌듯함도 느끼면서 이른바 다(多)미디어, 다(多)채널의 새로운 방송시대가 열리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던 케이블TV업체들은 부도가 속출, 줄줄이 시장에서 퇴출하고 있고 미래방송의 주인이 되리라던 위성방송은 사업자 구도, 채널운용등 법적근거가 전혀 마련되지 않아 매일 1억원씩 낭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민방은 채널의 차별화에 실패해 광고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외국의 거대 방송사업자들은 이미 우리의 안방 깊숙이 들어와 있고 조만간 집안 전체를 송두리채 삼켜버릴 태세다. 국내 방송계가 그야말로 총체적 난관에 봉착해 있는 셈이다.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세계방송산업은 과거의 독과점 방송시장 구조가 허물어지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추세에 따라 사업자간 무한경쟁체제로 돌입한 지 오래다. 뉴미디어 특히, 위성방송의 출현은 방송을 더이상 개별국가단위에 국한하지 않고 전세계적 서비스로 확산시키고 있다. 지상에는 국경이 존재하지만 하늘에는 더이상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추세속에서 세계각국은 공공성만을 염두에 둔 규제위주의 방송정책 틀을 과감히 깨고 방송에 대한 개념부터 새롭게 정립하면서 그에 걸맞는 방송산업 육성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그러나 IMF시대를 맞아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절박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국내 방송계는 여전히 과거 지상파 방송만이 존재할 때의 경쟁이 없고, 생존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시절의 독과점적인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같아 안타깝다.
국내 방송산업의 현위기는 IMF식 해법을 필요로 한다. 경제학자들은 우리나라가 국제화 개방화의 세계적 조류에 순응을 거부하며 피동적이며 점진적인 개방으로 맞서려다 외환위기를 맞게됐다고 지적한다. 국내 방송산업이 또 다시 이런 전철을 밟지않기 위해서는 금융빅뱅처럼 방송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개방과 경쟁은 경쟁력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예컨대 세계적 미디어그룹인 루퍼트 머독이 국내 위성방송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화종속, 국내 방송제작산업의 말살 등의 부정적 시각이 많이 있지만, 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머독뿐 아니라 다른 다국적 미디어 기업들도 마음껏 국내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야 한다. 단지 하나의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것보다는 전면적 개방을 통해 외국사업자간의 경쟁을 극대화하는 것이 국내 방송산업의 활성화 더 나아가 생존력 강화에 보다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수의 외국사업자가 국내시장에서 경쟁한다면 수용가 가입비가 급감하고, 프로그램의 차별화를 통한 질적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국내기업과의 적극적인 제휴, 제작산업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폐쇄적, 단계적, 점진적 개방정책으로서는 절대 개방의 전방위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내 방송산업의 생존전략은 전통적인 공공성을 우선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경쟁을 도입한다는 수동적인 시장원리의 도입이 아니라, 경쟁을 우선으로 하되 전통적인 의미의 방송의 공공성이 최대한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우선순위의 전환이다.<정보방송학과>정보방송학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