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司正 희석시키기 위한 정략”/야 “엉뚱한 피해 안입으려 발표”정치권이 「경성 리스트」로 술렁거리고 있다. 야당은 관련의원들의 실명을 전격 공개하며 대여공세의 고삐를 죄었고 여당과 관련의원들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라며 법적대응조치를 취하기로 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김철(金哲) 대변인은 30일 아침 브리핑을 통해 『경성그룹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 우리당이 파악한 명단』이라며 실명을 직접 발표했다. 이강두(李康斗) 총재비서실장은 실명발표에 대해 『그동안 정치권이 연루된 사정보도가 있을 때마다 야당의원들이 연루된 것으로 잘못 알려져 피해를 입었다』며『우리당이 엉뚱한 피해를 입지않기 위해 당이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명단을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이 명단중 국민회의 최재승(崔在昇) 의원은 국민회의 조홍규(趙洪奎) 의원을 잘못 알고 발표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사실확인여부의 문제가 제기되자 곤혹스러워 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한나라당의 명단공개가 국회의장선거를 앞두고 여권내부 교란과 함께 최근 정치권의 사정대상인물로 한나라당이 주로 거론되는 것을 희석시키기 위한 정략이라고 주장, 강도 높은 성명 등으로 대응했다.
국민회의 신기남(辛基南) 대변인은 성명에서 『본인들에 대한 자체조사결과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임시국회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허위사실을 공당의 대변인이 구체적 이름을 거명하면서 발표한 것은 묵과 할 수 없는 일로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민련 변웅전(邊雄田) 대변인도 『한나라당이 아무런 확증없이 구태의연한 언동을 함으로써 정치권의 신뢰를 추락시킨, 묵과할 수 없는 범법행위』라고 비난했다.<김병찬·권혁범 기자>김병찬·권혁범>
◎관련의원들 해명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 부총재 후원회 회원중에 경성의 이재학 사장과 동명이인이 있다. 기자가 묻기에 이씨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경성의 이사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김봉호(金琫鎬) 의원 경성이건 이재학이건 들어본 적이 없다. 관련 사실이 드러나는 일이 있다면 의원직을 내놓겠다.
안동선(安東善) 의원 특혜 대출이 있었다는 96년 당시는 막 국회 건교위원으로 배정됐기 때문에 상황파악도 제대로 못했을 때다.
조홍규(趙洪奎) 의원 이재학이란 사람도, 경성이라는 회사도 전혀 모른다.
이용희(李龍熙) 전 의원 경성과 아는 사람이 찾아와 한국부동산신탁으로부터 돈을 받아달라고 하기에 알아보니 경성이 잘못한 것같아 개입하지 않았다.
◇자민련
김용환(金龍煥) 수석부총재 2월말 경성그룹의 대전매일사장 등이 찾아와 경성건설에 대한 추가대출을 부탁, 은행에 전화를 걸어준 적은 있다. 은행이 알아서 판단하라고만 말했을 뿐이고 금품수수는 없었다.
강창희(姜昌熙) 과학기술장관 최근 몇년간 경성관계자들을 만나본 적이 없으며 그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적도 없다.
이원범(李元範) 의원 지난 연말 한국감정원장에 경성 부도를 막아달라고 부탁한 적은 있지만 커미션을 받은 적은 전혀 없다.
김범명(金範明) 의원 3월 경성이 부도났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비로소 그런 기업이 있는 줄 알았다. 대출청탁을 한 적이 없다.
이양희(李良熙) 의원 경성관계자들을 잘 알지 못하며 그들로부터 축의금이나 후원금도 받은 적이 없다.
◇기타
서석재(徐錫宰) 국민신당최고위원 한국부동산신탁 사장을 지낸 이재국(李載國)씨는 11대때 내 보좌관을 지낸 사람으로 가끔 교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특혜대출과 관련 어느 누구에게도 청탁을 한 적이 없다.
김우석(金佑錫) 전 건설장관 (지방에 가 있어 연락이 안됨)
◎검찰입장/“금품혐의 없어 수사못해”
여야 정치인들이 경성그룹에 대한 한국부동산신탁의 특혜대출에 직·간접으로 개입한 사건과 관련, 검찰의 입장은 『금품수수 등 혐의가 드러나지 않으면 정치인들을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불가의 주된 이유로 경성 관계자들에 대한 계좌추적 결과 의원들에게 직접 돈을 건넨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데다 경성의 이재길(李載吉)·이재학(李載學) 형제가 뇌물공여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꼽고 있다. 특히 경성측이 의원들과 직접 접촉을 시도한 경우보다 대부분 제3자 브로커를 통하거나 건교부 한국감정원 등을 통해 대출청탁을 한 만큼 경성정치인들과의 직접적인 뇌물커넥션이 있었다고 속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 의원의 경우 『경성측으로부터 직접 받은 것이 아니고 브로커인 이모씨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정의원에게 정치후원금 명목으로 건네준 것』이라며 이씨의 진술만으로 정의원을 소환 조사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31일 열리는 재판과정에서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준 사실이 드러나거나 이씨 형제가 기존의 진술을 번복, 뇌물공여 사실을 자백할 경우 언제든지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 사건의 파장이 정치권으로 확대되면서 검찰이 서둘러 사건을 덮은 것처럼 비쳐지자 곤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박정철 기자>박정철>
◎경성사건이란/부동산신탁회사에서 1,000억 불법 대출
경성사건은 5월25일 국민회의 국창근의원의 의혹제기로 촉발됐다. 국의원은 『여야 국회의원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정치권이 한국부동산신탁(주)에 압력을 행사, 경성그룹에 대한 불법대출과 특혜지원이 이뤄졌다』며 경성사건을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라고 주장했다. 한국부동산신탁도 이날 이재국(李載國) 전 사장 등 3명을 배임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2개월여동안 수사를 진행해 한국부동산신탁 이전사장과 경성그룹 이재길(李載吉) 회장, 동생인 (주)경성 이재학(李載學) 대표를 비롯한 공무원과 금융기관 임직원 등 모두 17명을 구속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정치인은 한 명도 입건되지 않았다. 이회장은 한국부동산신탁으로부터 불법대출을 받기 위해 정관계 인사들을 움직였다. 그는 연고지인 대전·충청지역 의원들과 건교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로비활동을 해 채무지급보증, 긴급자재대금지원, 선급금지급 등의 이름으로 1,000억원에 달하는 불법대출을 받아냈다. 그는 한국부동산신탁으로부터 지원받은 돈을 대출금을 갚는데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성그룹은 84년 경성건설을 모태로 중앙상호신용금고 대전매일신문 등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중앙상호신용금고를 사금고화해 1,000억원을 불법대출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룹은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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