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간청에 대장상 수락/1927년 쇼와공황 극복한 다카하시와 닮은꼴 ‘화제’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 총리가 30일 출범할 일본 새 내각의 부총리겸 대장성 장관을 맡는다. 10월이면 만 79세가 되는 그가 「정계 나이」로 조카뻘인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차기 총리앞에 몸을 낮추어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 자민당 총재 경선 이후 가루이자와(輕井澤) 별장에서 쉬어 온 그는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없다』며 장관 자리를 고사했다. 그러나 오부치가 직접 자신을 찾아 와 삼고초려(三顧草廬)할 뜻을 보이자 『당총재에게 먼 길을 오게 하는 것은 예가 아니다』며 29일 도쿄(東京)로 올라 와 간곡한 요청을 정중히 수락했다. 이런 「전통 예법」이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더욱이 그의 「몸 낮추기」는 1927년 「쇼와(昭和)공황」 당시의 다카하시 고레키요(高橋是淸) 이래 예가 없었던 사건이다. 당시 일본은 1차대전의 거품이 꺼지는 와중에서 26년의 「간토(關東) 대지진」으로 부실채권이 대량으로 발생, 금융불안이 극에 달했다. 군출신인 다나카 기이치(田中義一) 당시 총리의 간곡한 요청으로 72세의 나이에 세번째로 대장성 장관이 된 다카하시는 3주간의 모라토리움(지불유예)과 일본은행 특별융자로 은행과 기업을 구했다.
올들어 일본에서는 이런 역사를 들어 「헤이세이(平成)의 다카하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오부치 차기 총리가 새 내각의 성격을 「경제 재건 내각」으로 규정하고 그 중심역인 대장성 장관에 「강력하고 내외에 경제 재건을 의지를 과시할 수 있는 인물」을 앉히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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