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판은 손으로 밀어 펴야 하고 토마토는 가늘고 긴 산마르트아노종, 치즈는 캄파냐주에서 키우는 소에서 짠 우유로 만든 것, 반드시 420∼480도의 장작불에 구울 것」 이는 피자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최근 마련한 정통 피자의 통일규격이다. 전형적인 서민의 먹거리인 피자는 이탈리아에서도 나폴리가 고향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통일규격을 정한 한 민간단체는 이같은 규격의 피자를 만드는 가게를 「정통 나폴리 피자집」이라 부르기로 했다.■뉴욕 타임스로부터 「식은 피자처럼 생기가 없는 인물」로 비아냥을 당했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자민당총재는 피자에도 이같은 통일규격이 있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식은 피자는 맛이 없지만 오부치 총재의 말처럼 다시 데우면 먹을 만하다. 오부치 총재는 30일 총리선출을 앞두고 자신이 식은 피자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불을 지피고 있는데, 첫 작품이 바로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 총리의 대장상 내정이다.
■아무리 새 내각을 「경제재생 내각」으로 이름지었다고 하지만 총리를 지낸 사람이 장관으로 입각하는 것은 일본에서도 60여년만의 일로 알려져 있다. 전총리에게 장관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이를 수락하도록 한 오부치 총재의 배짱과 설득능력, 그리고 어쩌면 개인으로서는 커다란 불명예일 수도 있는 입각요청을 선선히 받아들인 미야자와 기이치 전 총리의 너그러움도 보통은 넘는 것 같다.
■균형감각이 있고 일본에서 손꼽히는 경제전문가인 미야자와 전총리를 대장상에 내정,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다는 점에서 오부치내각은 화끈한 출발을 하게 된 것만은 틀림없다. 앞으로 어떠한 경제회복책으로 「식은 피자내각」을 따끈하게 데울지 기대가 크다. 경제대국답게 일본만이 아닌 세계와 아시아 경제에 공헌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 오부치내각이 식은 피자내각이 아님을 내외에 과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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