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 풍광과 삶 담아내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양수리(경기 남양주시)는 서울과 그리 멀지 않은 강변마을이다. 요즘은 서울서 자동차로 찾아가거나 지나치는 이들이 하도 많다보니 도로가 막혀 두시간도 좋고 세시간도 좋다. 그래서 서울청량리와 강원도 원주를 오가는 중앙선 완행열차를 타면 오히려 시간이 절약된다. 이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과 양수리 혹은 양평 등지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웬만한 애기가라면 아는 바둑책 「꼼수 퇴치법」「대표기사 걸작선」 등을 냈던 바둑해설가 이인환(46)씨가 연작 장편소설 형식으로 쓴 「이솝씨, 양수리에 오다」(강 발행)의 주인공 이솝씨도 그 중 한사람이다.
이솝씨는 본명이 이시우인 양수리의 서민이다. 서울에서 아파트 살림을 하던 그는 어느날 아침 갑자기 『나는 거꾸로 간다』고 외치고 솔가해 양수리로 이사간다. 『출근길 고생을 하지 않으려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과 반대방향으로 가면 된다는 당연한 사실에 이선생은 무릎을 쳤다. 그래 난 반대방향으로 간다』. 양수리의 풍광이 좋아서가 아니다. 돈이나 권력을 좇아서 대도시로 떼지어 몰려가는 사람들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자유」를 그는 찾은 것이다.
소설은 이솝씨가 양수리에 살면서 겪은 시시콜콜한 일들을 그리고 있다. 두물머리 나루터의 물안개와 수양버들, 소주파티가 열리는 중앙선열차 풍경, 티격태격하는 부인 정여사와의 일상이나 기르던 개 이야기 등등. 이런 글들은 어쩌면 이씨 아니라도 쓸 사람 많겠지만 「이솝씨…」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작가의 즐거운 화법 때문이다. 결국 그가 드러내보여주는 것은 그래도 인정이 살아 숨쉬는 우리 삶의 겉과 속이다.
서울예전 문창과 출신인 이씨는 『세상에 못할 짓이 글쓰는 일』이라는 생각에 학교도 때려치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바둑(1급) 글만 써왔다. 양수리에 살던 그는 다시 이사해 지금은 경기 이천의 한 조용한 마을에 자리잡고 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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