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00원선도 흔들리고 있다. 시장의 달러공급 초과로 환율이 급격한 수직하락을 지속,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화의 대미 달러환율이 다시 회복은 했지만 한때 1달러 1,185원까지 떨어져 설마하던 1,100원대를 가볍게 진입하기도 했다. 외환위기를 겪고있는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 모두 큰 폭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는데 유독 원화만 올들어 미국 달러화에 대해 자그마치 40%이상 절상되고 있다는 것은 비정상이다.환율하락이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우리돈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하에서라면 그것은 우리경제의 기초체력과 경쟁력이 그만큼 강화된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크게 반길 일이지 결코 우려할 일이 아니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품가격이 싸져 당장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고 기업의 엄청난 외채원리금 상환부담도 가벼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급락은 일시적인 외환수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되고 또 그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데 문제가 있다. 경제의 실상과는 무관한 원화의 지나친 고평가는 그나마 기력을 잃어가고 있는 수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뿐아니라 또 다른 환란(換亂)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환율의 불안은 외자의 신규유입을 주저하게 하고 유입된 외자마저 언제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달러결제 수요가 원천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투자도 안하고 원자재 수입도 크게 줄어 달러로 대금 치를 일이 없어졌다. 그 때문에 수출이 부진한데도 상반기 경상수지가 188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들이 결제자금 확보를 위해 이렇게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내다보니 달러 값이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유치를 위해 열을 쏟은 일부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이 가시화하고있고 또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자산의 해외매각대금까지 속속 들어오고 있어 공급우위의 수급불균형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정부가 이같은 단기수급왜곡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대응을 않는 한 환율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외환시장은 정상 상태의 가동이라기 보다는 외환위기 극복과정의 과도기적 혼란 상황으로 보아야 한다. 금융경색으로 원자재수입이 막혀 달러결제 수요가 격감하고, 구조조정을 위해 일시적으로 외화유입이 몰리는 상황에서 방치되어도 좋을 적정시장 환율은 기대하기 어렵다. 환율이라는 중요한 가격기능이 마비되고 왜곡되어서는 경제의 대내외 균형도 비꼬여 갈 수밖에 없다. 환율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응이 시급하다는게 우리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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