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부모를 부양하는 자녀에게 법정상속분의 50%를 더 주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민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모든 자녀가 균일하게 상속을 받도록 규정된 현행 민법에 이런 규정을 두기로 한 것은 핵가족화·고령화 사회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 개정안은 박상천법무장관의 고향 노인들이 건의했다는데, 자식을 둔 노인들 스스로 법 개정의 필요성을 느낄만큼 노후를 의탁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부모의 재산이 모든 자녀에게 똑같이 배분되도록 규정된 현행 민법은 아들 딸을 구분하지 않고 장남과 차남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유교사회의 관습을 타파한 민주적 법률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장남이 부모를 모시는 대신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던 과거의 법과 전통이 바뀌면서 부모를 누가 모시느냐는 문제가 형제들 사이에서 종종 갈등을 빚게 됐다. 실제로 우리는 노부모 봉양을 피해 이민을 가거나 심한 경우 학대하고 유기하는 패륜을 목격하기도 한다. 경제가 어려워진 작년말 이후로는 부모봉양 문제로 형제간의 불화가 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세태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현대를 살아가는 청장년층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부모 공양을 자식된 도리의 기본으로 삼는 유교문화의 지배 아래 있었다. 그러나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이행되면서 엄격한 가부장 제도의 대가족이 핵가족화하고, 노부모의 입지가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
부모를 모시는 자녀의 상속분을 늘려주는 효도상속제는 본격적으로 노인대책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급속히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 97년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6.3%가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전문 연구기관의 추계로는 2000년이면 고령인구가 7%를 돌파하고, 2005년 8.7%, 2010년 10%, 2021년 14%로 미국 일본같은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95년의 한 조사결과를 보면 고령인구의 8.3%는 치매에 걸려 있다. 300만명 가까운 노령인구중 25만명 정도가 치매이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질병으로 고생하는데도 사회보장 제도는 걸음마 수준이다. 그동안 정부가 노인복지를 위해 한 일은 민간업자에게 실버타운을 짓도록 허용한 것과 97년 유엔의 권고로 노인의 날을 제정한 것 정도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도록 「미끼」를 주는 정도의 법개정으로는 안된다.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금융제도를 확립하고 실버산업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의 복지·후생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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