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측,러 요구 일부수용 분위기 좋아져외무장관 회담 결렬사태로 재연됐던 한러 외교갈등은 양국이 27일 오후 실무 접촉을 통해 28일 오후 외무장관 회담을 다시 갖기로 합의함으로써 일단 파국은 면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외교관 맞추방 사태 이후 내연됐던 한러 외교마찰은 28일 회담결과에 따라 한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분위기로는 러시아측도 우리측의 회담재개 요구를 즉각 수용한 것으로 전해져 2차 회담 전망은 다소 밝은 편이다.
27일의 회담결렬 사태는 지난 주말부터 러시아측이 강경론쪽으로 급선회했는데도 우리측이 이를 미리 감지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측은 당초 이번 마닐라 회담을 통해 대한(對韓)관계를 원상회복시킨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최근 돌출된 몇가지 사건으로 강경 분위기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에 한국 정부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제기됐다는 것이다.
외교 당국자는 『러시아측은 우리 정부 관계자가 최근 러시아 외교관료의 금품수수행위 등 부패상을 언론에 흘린 사실에 크게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26일 회담이 결렬된 데는 러시아측의 고도의 계산도 깔려 있다』며 『국제회의에서 일부러 공개 망신시킴으로써 우리를 길들이기 위한 속셈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측이 회담장에서 대러 교섭채널을 외교통상부로 단일화하고 러시아 주재 우리측 정보담당 외교관의 활동범위를 규제해줄 것과 한국에서 추방된 올레그 아브람킨 참사관의 재입국을 강력히 요구해 왔으나 안기부와의 의견조율 과정이 필요한 우리 대표단이 즉답을 해주지 못한 것도 파행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우리측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정부 대책회의를 통해 러시아측 요구중 일부를 수용키로 결정, 이를 실무접촉에서 러시아측에 제시하고 외무장관 회담 재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측도 외무장관 회담 재개를 즉각 수용한 점으로 미루어 28일 회담에서 우선 정보당국간 갈등문제가 마무리되면 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현안도 구체적으로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27일 회담을 통해 수습된다 해도 이번 기회에 북한과 특수관계에 있는 러시아나 중국을 상대로 한 외교정책 결정과정에서 외교통상부와 안기부의 위상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마닐라=윤승용 기자>마닐라=윤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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