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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亞 새 위상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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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亞 새 위상 찾아라”

입력
1998.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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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새로운 정치, 경제적 역학관계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1년째 이어지고 있는 동아시아 경제위기와 인도·파키스탄의 핵실험으로 야기된 서남아 안보위기를 풀기 위한 지역국가간 회의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은 아시아 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한 연쇄 정상회담을 가졌거나 예정하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기적을 뒷받침했던 「아시아적 가치」도 새로운 가치관으로 변모해야 하는 도전을 받고 있다.◎새로운 가치의 모색/“亞 가치 기적·위기 원인 아니다”/유교뿌리 불구 다양성 존재/공동이익 대변 새 가치관 필요

1년째 이어지고 있는 아시아 경제위기는 「아시아적 가치」마저 무너뜨렸다.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던 아시아적 가치는 가족유대감, 권위에 대한 복종, 보수주의적 가치관, 검약정신, 합의 우선, 개인적 관계 중시 등이었다. 그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지도자들과 서구의 아시아 전문가들은 이같은 아시아적 가치가 60년대부터 30여년간 이어져온 아시아의 경제기적을 낳은 원천이었다고 강조해 왔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그러나 아시아적 가치는 아시아 경제기적의 원천도, 경제위기의 원인도 아니었다는 주장을 싣고 있다. 끈끈한 가족유대감은 족벌주의(nepotism)를 낳았고, 합법적인 절차보다 개인적인 관계를 중시함으로써 정실주의(cronyism)를 뿌리내리게 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에 대한 복종의식이 강하지만 80년대 이후 「피플 파워」에 의해 정권교체를 가능케 한 나라는 한국,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였다. 아시아에는 특히 유교 불교 회교 힌두교 기독교 등 서구에 비해 훨씬 다양한 종교적 가치관이 혼재하고 있어 유교적 가치관에 뿌리를 둔 기존의 「아시아적 가치」가 아우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각국은 또 대부분 혹독한 피식민 통치의 아픈 경험을 갖고 있어 상호 불간섭주의를 지켜왔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위기가 태국에서 촉발돼 인접국가로 번져나가는 과정에서 아시아 각국간의 상호연관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아시아 경제위기 발발 1년만에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무기로, 미국은 아시아 경제위기의 해결사로 나서며 각각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했다. 이제 아시아 각국은 공동의 이익을 대변해줄 수 있는 새로운 가치관을 찾아나서야 할 때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박정태 기자>

◎급변하는 역학판도/韓·中·日 등 정상회담 잇따라 자국이익 극대화 ‘외교 전쟁’/동북아 열강각축 본격화

급변하는 아시아의 역학 판도에 대처하기 위한 동북아 및 주변 강국 정상들의 외교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아시아 경제위기를 정점으로 뒤틀어진 정·경 세력판도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상들의 「셔틀 외교」가 본격화한 것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 3개국 및 주변열강인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이 지역에서 연말까지 예정된 개별 정상회담만 모두 6차례. 이미 열린 한·미, 미·중 정상회담을 합치면 8차례다. 여기에 11월 말레이시아 쿠칭에선 지역정상들이 함께 자리하는 아태경제협력회의(APEC)가 열릴 예정이다. 아시아 경제위기 대책 및 안보협력체제, 한반도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정상들이 맨투맨 외교를 벌이는 것이다.

숨가쁜 동북아 외교각축전의 출발점은 6월말 미·중 정상회담. 빌 클린턴 대통령은 당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전략적 동반관계의 초석을 다짐함으로써 지역 맹주인 일본과 러시아를 아연 긴장케 했다.

당황한 쪽은 일본. 특히 미·중 정상이 『일본이 아시아 경제위기에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외교 수세를 직감했다. 이를 반영하듯 차기총리가 될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자민당 신임총재는 취임 석달내에 중국 미국 러시아 한국 등 주변 4개국 정상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반면 중국은 동북아 신질서구축과 관련, 느긋한 입장이다. 아시아 경제위기동안 의연한 대처로 오히려 역내 영향력이 확대됐다. 더구나 미국과의 협력강화를 계기로 기존의 미·일 안보동맹 및 친미성향이 완연한 동남아 군사협력틀까지 흔들어 놓았다.

중국은 9월과 10월 잇달아 예정된 일본 및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자국의 영향력을 더욱 확고히 할 방침이다. 하지만 세력판도의 주도권 「카드」는 사실상 역외강자인 미국이 쥐고 있다. 아시아 경제회생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열강의 각축무대인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견지하려는 속셈이 다분하다.<이상원 기자>

◎동남·서남아 경제·핵위기/각료·정상들 모여 해법 탐색/역내투자자유화·결속 다져/核군축 공동성명 발표 예정

「금융위기 탈출과 핵위기의 뇌관 제거」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가 각각 안고 있는 최대 현안이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24∼25일 마닐라에서 각료회의를 열어 금융위기 돌파를 위해 회원국간 경제협력을 강화키로 했고, 남아시아 지역 협력회의(SAARC)는 29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지역 긴장 완화를 위한 정상회의를 여는등 해법 모색 움직임이 활발하다.

ASEAN은 이번 회의에서 2010년까지 역내 투자자유지역을 설치하기 위한 협정을 예상보다 빠른 올 10월까지 체결키로 했다. 또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무역촉진을 위한 지역 통화 사용과 구상무역을 더욱 확대키로 했다. 아시아위기가 ASEAN 회원국간의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재발 방지 장치인 「회원국 경제위기 감시체제」구축문제는 『재정·금융 부문의 민감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진척을 보지 못한 한계도 드러냈다.

한편 인도와 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 7개국 지도자들은 29∼31일 SAARC 정상회담을 갖고 역내 자유무역지대 창설 등 통상·경제 문제를 논의한다. 이 지역경제가 동아시아 금융위기의 「유탄」을 맞아 비틀거리고 있어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한 기본협정이 이번 회의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인도· 파키스탄간 핵실험 경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 선언적 성격의 「핵군축」공약이 공동성명 형식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은 8개월만에 처음으로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5월 상호핵실험으로 고조된 양국간 긴장 해소를 시도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양국은 최근 격화조짐을 보이는 카슈미르 유혈분쟁과 인도가 제안한 「핵선제 공격 자제협정 체결」문제에 대한 해결도 모색할 것으로 보이나 양측간 입장차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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