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美 의회의 용기/신재민 워싱턴 특파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美 의회의 용기/신재민 워싱턴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8.07.27 00:00
0 0

24일 오후(현지시간) 발생한 미 의회 총격사건은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으로 수도를 옮겨 의회가 문을 연 지 198년이 지났으나 의사당 내에서 두 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는 초등학교에서도 빚어질 정도로 빈발하고 있는 총기사건에 어느 정도 무감각해진 미국인들에게도 이번 사건은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캐피털 힐(Capitol Hill)」이라 불리는 미 의회는 미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행정수도인 워싱턴이 생겨날 때 늪지였던 이 지역의 제일 높은 언덕 위에 의회를 세우는 것으로 도시계획은 비롯됐다. 마름모꼴 모양으로 설계된 워싱턴은 의회를 중심으로 도로 및 구역획정이 이루어졌다. 또 워싱턴내에서는 어느 누구도 의회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돼있다.그러나 이렇게 위세당당한 의회지만 일부 제한구역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아무런 구속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본회의든, 청문회든 원하기만 하면 누구든지 방청할 수 있다. 본관과 20여개의 부속건물이 지하철로 연결된 의회 구역 어디에도 담장은 없다.

사건발생 불과 하루 뒤인 25일 화약냄새가 채 가시지도 않은 의회에는 여전히 관광객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한창 현장조사가 진행중이지만 의사당 경내는 평소와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당연히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었다. 하지만 정작 의회의 경비책임을 맡은 하원 정부감독위원회의 빌 토머스 위원장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폭력에 대한 두려움에 겁먹는 것』이라며 『의회의 주인인 국민에게 의회의 문을 닫아걸 수는 없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여줬다.

비극적인 사건에 몸서리치면서도 국민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미 의회의 용기가 정말 부러웠다. 동시에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국민을 마치 잡상인 취급하는 우리 국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