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놀줄 모르는 아이들/클라우스 올레어(한국에 살면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놀줄 모르는 아이들/클라우스 올레어(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8.07.27 00:00
0 0

며칠전 내가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어린 딸과 젊은 엄마를 만났다. 그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즉각 딸에게 『헬로(Hellow), 하우 아 유(How are you?)』라고 말하도록 영어실습을 재촉했다. 약간 겁먹은 듯한 그 아이는 마지못해 하면서도 엄마가 시키는 대로 잘해냈다.나에게 이런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을 뿐 아니라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랑과 애착을 새삼 느끼게 해 주는 「사건」이었다. 자녀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고 모든 경제적 역량을 자녀의 미래에 투자하는 한국의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경제위기 한파가 모든 상품을 휩쓸고 있는 지금도 어린이 관련 용품만은 여전히 평균을 상회하는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

부모의 이같은 자식사랑 덕분에 아주 어린 아이들이 학교가 끝난 뒤에도 스포츠학원, 음악학원과 같은 또 다른 수업을 받아야만 하는 기나긴 하루를 위해 책 학용품 도시락 따위로 가득 채워져서 자기 몸집보다도 크고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가는 모습도 본다.

무엇인가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은 높이 살만하지만 이러한 모든 학습(음악 공부 심지어 스포츠)이 너무 심한 경쟁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상당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바쁜데 한국의 어린이들은 도대체 언제 노는 것일까.

한국 교육현실에 대해 내가 갖는 의문들은 이것 뿐이 아니다. 도대체 어쩌다가 자녀를 학원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보험상품까지 등장하는 상황에 이르렀을까.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교직이 세무공무원과 함께 가장 비리가 많은 직업중 하나로 꼽혔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한국의 교육제도를 「성공적인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교사에게 촌지를 건네야만 하는」 지경에 빠뜨린 것일까.

나는 요즘에도 롤러 스케이트를 타곤 한다. 롤러 스케이트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에게도 즐거운 놀이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롤러 스케이트는 아이들이나 타는 것이지 어른들이 탈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서 『혹시 한국사람들은 학교 성적만이 전부인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노는 법을 다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라고 자문해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