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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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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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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됐다. 월급쟁이에게는 여름휴가만큼 즐거운 때도 없다.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긴장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이때문에 나라마다 여름휴가 풍속도까지 생겨나고 있다. 얼마전에 만난 한 프랑스 유학생은 『프랑스의 하숙집 주인이 돈이 없어 휴가 못가는 자신이 프랑스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놀랐다』며 프랑스의 바캉스열기를 소개했다.■일본의 한 상사가 조사한 세계 주요도시의 여름휴가 기간을 보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가 25일로 가장 길다. 그다음은 이탈리아의 밀란이 22.8일이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다도 20일이 넘었다. 남아연방의 요하네스버그, 호주의 멜버른,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도 17일 이상이었다. 이에 비해 인도의 뉴델리, 홍콩은 2일 정도였다. 참고로 우리의 여름휴가는 7∼8월에 집중되지만 남반구는 12∼1월이 시즌이다.

■여름휴가는 전세계적으로 13일이 평균인데, 우리는 7일이 보통이다. 금년에는 우리도 이 휴가기간이 조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기에는 그만큼 불안요소가 잠재해 있다. IMF구제금융시대를 맞아 회사마다 휴가를 권하고 있다. 법정휴가를 가능한 전부 사용하라는 전례없는 온정(?)을 베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연말에 미사용 휴가에 대한 연월차수당을 지급하는 부담을 줄이려는 회사의 고육책이다.

■피고용자 입장에서 보면 이는 결국 제닭잡아 먹는 격인데 그나마 마음놓고 쉴 수 있으면 다행이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거의 모든 회사가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때문에 『여름휴가를 보내는 동안 회사가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여름휴가를 가 있는 동안 정리대상에 들어가 영원한 휴가로 이어지지나 않을까』하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휴가조차 마음놓고 쉴 수 없는 올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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