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은 대중음악에… 국악은 들러리인가KBS 여름 국악 청소년음악회(22일 KBS홀)는 흥겨웠다. 그러나 국악은 주인이 아니었다. 대중음악에 들러리를 섰을 뿐이다. 「고정관념, 싫어」라는 부제 아래 마련된 이날 공연은 KBS국악관현악단과 10대의 우상인 대중음악 그룹 업타운, 패닉, 인기 높은 젊은타악그룹 푸리가 출연했다. 순수 국악 레퍼토리로는 이준호의 「축제」, 원 일의 「신뱃놀이」 등 창작국악이 연주됐고 전통적인 명곡은 빠졌다.
국악은 따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자는 의도는 적중한 듯 보였다. 객석의 청소년들은 열광했다. 그것은 업타운과 패닉의 노래, 푸리의 두드리고 때리는 리듬놀이를 향한 환호이지 국악에 보내는 찬사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2부에서 업타운이 퇴장하자 남은 순서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많은 학생들이 사인을 받으려고 우르르 쫓아나갔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업타운이 노래한 민요 「태평가」였다. 「닐니리야 닐니리야 니나노」를 고래고래 질러대는 업타운을 위해 수십명의 국악관현악단이 반주하는 모습은 참담했다. 국악이 조롱받고 웃음거리가 됐다고 느꼈다면 지나친 피해의식일까. 국악관현악단이 대중음악을 연주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민요를 민요답게 부르려는 진지함보다 고성방가에 가까운 노래를 반주하는 모습을 「크로스오버」나 「대중화」라는 이름으로 미화할 수는 없다.
주최측은 청소년에게 국악이라는 「쓴 약」을 먹이려고 「당의정」을 준비했지만 그것이 국악에 대한 감수성을 열어준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국악의 참모습을 왜곡한 데 가깝다고 생각된다. 국악을 비틀기보다 국악답게 들려주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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