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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尹永寬 서울대 교수(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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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尹永寬 서울대 교수(한국시론)

입력
1998.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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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살얼음판인데 우린 위기의식없이 다툼만 경제 체질개선 서둘러야”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1일 상원에서 증언을 했다.

그는 지난 몇 달간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자율을 올려야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아시아 경제위기 때문에 미국의 성장율이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노동력의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해 임금이 상승하고 인플레가 유발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발언으로 월가의 주가는 이틀동안 200포인트가 하락했다.

미국경제는 지난 6년간 장기호황을 구가해왔다. 올 2·4분기에는 거의 제로성장에 그쳤다고 하지만 1·4분기만 하더라도 국내총생산(GDP)이 연 5.4% 비율로 성장했다. 이러한 유례없는 호황은 기술발전과 세계화로 「새로운 경제(New Economy)」시대에 진입한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었다. 그러나 폴 크루그만 MIT대교수같은 이들은 이를 근거없는 낙관론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경제의 생산능력이나 생산성 자체가 확대된 것이 아니라 공장가동율이 높아지고 실업률이 떨어지는등 기존 생산능력의 활용비율이 높아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아시아에서 빠져나온 자금들로 생긴 주식시장의 거품이 어느날 갑자기 꺼져 경기가 급전직하하지 않도록 이자율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로 이자율을 높이면 금융위기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동아시아와 러시아등의 자금사정은 한층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이들 국가의 경제가 더욱 침체된다면 그 여파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미국에 돌아오게 된다. 결국 그린스펀으로서는 가능하다면 실제로 이자율을 높이기보다 「경고」를 통해 연착륙을 시도하려는 것인데, 만일 그러한 경고가 계속 무시되고 주식시장이 과열된다면, 어느 순간 폭락하기가 쉽다. 이런 사태가 현실화하고 여기에 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해 투자자들의 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된다면 세계경제는 위험스러운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국제경제가 안정되려면 스스로 비용부담을 감수하면서 국제적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가 있어야 한다. 지금같은 위기상황에서 동아시아 국가들로부터의 수입품들을 흡수해주고 있는 미국이 그나마 그러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부담을 분담해야할 일본은 금융위기로 헤매고 있고, 유럽은 이제야 침체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다. 만약 미국마저도 경기침체 때문에 흡수자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면 세계적 공황이 오지말라는 보장도 없다.

국제경제가 이처럼 살얼음위를 걷는 것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인데도, 우리의 안을 들여다보면 너무 위기의식 없이 헤매고 있는 느낌이다. 며칠전 홍콩의 금융가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친구는 불과 몇 달전 금모으기 운동을 하던 나라에서 어떻게 파업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의아해했다. 의아해할 일들은 사실 한두가지가 아니다. 부실채권으로 금융계를 부실화시킨 장본인들인 재벌들이 금융개혁을 위해 은행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이나, 구조개혁의 대상인 재벌그룹의 자동차 3사가 기아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그렇다. 도끼자루 썩는지 모르고 있는 정치인들, 개혁의 예봉을 둔화시키고 있는 「IMF 음모론」이 회자되는 것도 그렇다.

제발 그렇게 안되기를 바라지만 외부의 악재가 밀려오기 전에, 서로 「떠넘기기」싸움과 「버티기」를 중단하고 경제전반의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영원히 우리를 기다려주는 것은 아니다. 변하지 않으면, 그것도 하루 빨리 변하지 않으면 우리경제가 살아날 길은 막막하다.<국제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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