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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빼돌리기 위장이혼 늘어

입력
1998.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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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위기 기업주 등 부인·자녀들에 넘겨/허위 근저당도 다반사/제재·방지 조항은 미비이혼이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IMF사태이후 부도위기에 처한 기업주나 소송 등을 우려한 금융회사 경영진이 부인이나 자녀에게 재산을 넘겨준 뒤 위장이혼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경우 채권자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이나 대여금반환청구소송에서 승소한다해도 가집행할 채무당사자 명의의 재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협의이혼 접수건수는 4,2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96건에 비해 32%나 늘었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한달 평균 협의이혼건수 7,000여건이 올들어서는 1만여건으로 증가했다.

협의이혼 급증에는 경제난에 따른 가정붕괴도 한몫하고 있으나 법조계에서는 위장이혼 증가를 주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법원관계자는 『경제난으로 인한 불화의 경우는 이혼을 생각했다가도 마음을 고쳐먹는 사례가 많다』며 『많은 부부들이 오히려 몇푼의 돈을 지키겠다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결심한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서울가정법원의 경우 4층 협의이혼접수실과 재판정에는 매일 평균 30여쌍의 부부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전에는 성격차이 등을 이유로 이혼하려는 젊은 부부들이 많았으나 요즘은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는 두사람의 이혼의사만을 간단히 확인할 뿐이어서 위장이혼 여부를 가려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밖에 허위채무나 허위근저당권도 재산 빼돌리기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견기업 임원인 P씨는 회사가 부도위기에 처하자 최근 믿을만한 친구에게 자신의 아파트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을 부탁했다. 회사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선터라 재산압류때 근저당액수만큼이라도 지키기 위해서다. P씨는 『최소한의 재산이라도 보호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며 『임원에게 회사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강요하는 풍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이같은 재산 빼돌리기에 대해서는 강제집행면탈죄가 적용되지만 고의성 입증이 쉽지 않은데다 명의제공자에 대한 처벌은 미미해 실효성이 별로 없다.

최근 제일은행 경영진에 대한 40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낸 김석연(金石淵) 변호사는 『손해배상액을 가집행하기 위해 전직이사들에 대한 재산파악에 착수했다』며 『그러나 이들이 이같은 편법으로 재산을 이미 빼돌렸을 경우에는 사실 강제집행할 방법이 막막하다』고 털어 놓았다.<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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