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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차례 탕… 탕… 탕…‘공포의 3분’/美의사당 총기난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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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차례 탕… 탕… 탕…‘공포의 3분’/美의사당 총기난사 사건

입력
1998.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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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지대 검사때 총발사/의원사무실서 총격전/수백명 관광객 ‘아수라장’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자 주요한 관광코스 가운데 한 곳인 미 의사당에서 24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격 사건은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이 사건으로 경찰관 두 명이 숨지고 여자관광객 한 명이 부상했다. 범인 러셀 웨스턴은 경찰의 총에 맞아 병원에 옮겨졌으나 중태다.

정신병자로 밝혀진 범인의 난동은 채 3분도 못 돼 끝났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일생에서 가장 길었던 악몽이었다고 전했다.

■의사당 난입

범인 러셀 웨스턴이 관광객들이 의사당내로 들어가는 동문의 좌측 출입구에 나타난 것은 오후 3시30분께. 그가 모든 사람들이 통과해야 하는 금속탐지대를 그냥 지나치려 하자 검색대를 지키던 경찰 자콥 체스트넛이 즉시 제지하고 나섰다. 출입구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당시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체스트넛이 범인을 향해 『다시 되돌아가 탐지대를 통과하라』고 지시하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범인은 38구경 권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총소리와 동시에 문쪽에 서 있던 다른 경찰관이 범인에게 총을 발사했고 총격전은 시작됐다. 범인은 체스트넛을 쓰러뜨린 뒤 바로 1층 중앙홀로 향하지 않고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된 왼편의 의원 사무실로 도망쳤다.

■의원사무실 총격

당시 토머스 딜레이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의 사무실은 보건보험법안 통과를 자축하는 의원들과 보좌관들로 가득했다. 출입구에서 들려온 총소리에 이들은 바닥에 엎드리거나 바깥으로 도피하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이순간 총소리가 사무실 공간을 갈랐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범인은 그러나 사무실 경비경찰 존 깁슨의 총탄 세례를 받아야 했다. 범인도 지지않고 응사했다. 보좌관들은 약 20차례의 총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치열한 총격전 끝에 깁스와 범인은 치명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관광객

당시 1층에서 의사당 관광을 하던 수백명의 사람들은 난데없는 총소리에 놀라 계단 밑이나 화장실, 대리석 기둥 뒤로 숨느라 의사당은 일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의사당 건물을 경비하던 1,100여명의 경찰은 곧바로 비상사태로 돌입, 관광객들을 한 곳으로 몰고 의사당을 봉쇄한 뒤 혹시 있을 공범의 출현에 대비했다. 이어 앰뷸런스가 도착하고 취재진이 몰려오면서 상황은 끝났고 클린턴 대통령은 우려를 표명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보안논란

이 사건으로 인해 정가에서는 의사당 보안망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논란이 제기됐으나 대체적으로는 범행을 초기에 적절히 제압한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71년 폭탄사건 이후 경비가 강화된 의사당은 현재 1,124명의 경찰관이 안팎을 지키고 있고 모든 출입구마다 금속탐지기와 X레이 투시기가 있다. 또 의사당내에는 100여개의 폐쇄회로 TV가 설치되어 있고 주변은 경보시스템에 의해 감시되고 있다.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이 드나드는 곳을 백악관이나 정부청사 건물처럼 철통같이 경비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범인이 클린턴 대통령을 오래 전부터 해치겠다는 말을 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테러용의자에 대한 감시체계가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

◎범인은 40대 피해망상 환자/금광 떠돌이 백인 러셀웨스턴/96년 수차례 클린턴 위협 발언/정보기관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 의사당에 난입, 총기를 난사한 러셀 웨스턴(42)은 중서부 일리노이주 밸메이어 출신의 백인으로, 정신병을 앓아왔다. 96년 여러 차례 『클린턴 대통령을 해치겠다』는 말을 해 정보기관의 「블랙 리스트」에도 올라 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항상 외톨이였던 그는 80년대 중반부터 「피해 망상증」이 심해지면서 장애인으로 분류돼 연방 연금을 받았다. 그후 일정한 직업이 없이 고향 집과 자신이 개발중이라는 몬타나주 헬레나의 금광 지역을 오가며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

그는 이웃의 위성방송 수신용 접시 안테나를 보면서 『연방정부가 인공위성을 통해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이웃들이 전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내 광산에 지뢰를 설치, 금광 개발을 방해하고 있다』며 연방정부에 항의편지를 보낸 뒤 『근거 없다』는 답신을 받자 불만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건발생 하루 전인 23일 고향집에서 고양이 10여마리를 권총으로 쏴 죽여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인 뒤 아버지의 38구경 캘리버 권총을 들고 집을 나갔다.<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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