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일본 자민당 총재로 선출돼 차기 총리가 될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외무장관. 그에 대한 일본 언론의 시각은 한마디로 「돼서는 안될 사람」으로 요약된다.「경제에 어둡고」 「대중적 인기도 없는」 사람. 그런 그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민(民)·당(黨) 괴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오부치 장관의 이미지가 굳어지는 과정은 되새겨 볼 만하다. 「경제 문외한」이라는 그의 이미지는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 전 관방장관과의 대비에서 나왔다. 경제장관 경험이 전무한 오부치와 달리 가지야마 전장관은 통산성장관을 지냈다. 그러나 그가 「저돌적인 싸움꾼」에서 「경제 전문가」로 변신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자민당 반집행부파의 한 사람으로 지난해 가을 이래 경제 발언을 늘려 온 결과다.
더욱이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 총리 이래의 경제 총리」라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가 경제 실정으로 막 퇴진하려던 참이다. 하시모토가 정책 전환의 때를 놓친 것은 어찌보면 「실세 총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한 「경제 총리」 타령은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이런 비난과 우려가 미국 언론에 자극받았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 언론은 처음 「누구든 마찬가지」라는 식이었으나 차츰 오부치장관을 집중적으로 두들겼다. 우호적인 시각을 보인 아시아 각국의 반응은 거의 무시된 반면 미국 언론의 보도는 시시각각으로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일본에 인기 있고, 개혁적이고, 지도력이 출중한 총리가 나와 빠른 경제 회복을 이끈다면 우리로서도 반길 일이다. 그러나 일본 총리는 「각의 사회자」에 불과해 지도력이 내각, 즉 당 장악력에 달려 있다는 제도적 현실을 무시한 이미지 일변도의 두들기기는 어딘지 이상하다.
「자신의 약하고 부족한 모습을 남에게서 찾아 두들겨 스스로를 달래는」 일본 특유의 「이지메(집단 학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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